요양시설 간호사 비중 4.25%p 하락…인건비 부담에 인력 대체
간호사 비중 10%p 높이면 건강보험 진료비 7.7% 감소 추정
KDI, 간호사 배치 기준 강화 제언…장기요양보험 수가 보완 촉구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인요양시설의 숙련 간호인력 확충 효과와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2018년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노인요양시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전문 간호사 고용은 줄고 간호조무사 고용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 비중이 낮아지면 입소자의 의료서비스 이용과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권정현 연구위원이 작성한 ‘노인요양시설의 숙련 간호인력 확충 효과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속적으로 운영된 전국 2890개 노인요양시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시설급여 수급자의 장기요양보험 청구 내역과 건강보험 자료를 연계한 1084만1626건의 월별 의료서비스 이용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2018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요양시설의 외생적인 고용비용 충격으로 활용해 간호인력 구성 변화와 입소자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미친 영향을 추정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간호사 고용 2.1% 감소…간호조무사 6.0% 증가
분석 결과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요양시설의 간호사 고용은 2.1% 감소한 반면 간호조무사 고용은 6.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간호인력 가운데 간호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4.25%포인트(p) 하락했다.
당시 최저임금 인상률은 16.38%로 2015~2017년 연평균 7% 내외보다 크게 높았다. 이에 따라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높은 요양시설의 인건비 부담도 증가했다.
간호조무사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아 직접적인 인건비 상승 압력을 받았다. 반면 간호사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아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이 작았다.
그러나 요양보호사 등을 포함한 전체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시설들이 절대적인 고용비용이 낮은 간호조무사 중심으로 인력을 재편했다는 분석이다.
현행 인력 배치 기준도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입소자 30명 이상 노인요양시설은 입소자 25명당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1명을 배치하면 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간호조무사만 고용해도 법정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보고서가 인용한 2024년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가 근무하는 요양시설은 전체의 24.7%에 그쳤다. 요양시설 간호인력 배치 기준은 2008년 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실질적인 개선 없이 유지돼 왔다.
시설 운영 주체별 격차도 나타났다. 개인 운영 시설과 비교해 국공립·지자체 시설의 간호사 비중은 37.8%p, 법인 시설은 6.3%p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간호사 비중 10%p 높이면 진료비 7.7% 감소…인력 기준 개선 필요
간호사 고용 감소는 입소자의 의료서비스 이용과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 요양시설 간호인력 가운데 간호사 비중이 10%p 높아지면 입소자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7.69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의료서비스 이용일수도 줄었다. 간호사 비중이 10%p 증가할 때 총내원일수는 0.335%, 입원일수는 0.489%, 외래일수는 0.25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돌봄과 간호서비스 수준에 영향을 받는 질환에서 의료 이용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간호사 비중이 10%p 높아질 경우 요로감염 관련 의료서비스 이용은 0.029%, 욕창은 0.103%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인플루엔자·폐렴과 치매 관련 의료서비스 이용도 각각 0.035%, 0.525%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암과 우울증, 당뇨, 고혈압 등 간호 처치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질환에서는 의료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는 추정치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건강 상태에 대한 관찰과 관리가 강화되면서 필요한 의료 이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위원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하지 않는 현재의 간호인력 총량 기준이 고용 비용 충격 시 숙련 인력 대체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간호인력 배치 기준에 숙련 인력인 간호사의 비중 요건을 명시하는 방향의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간호사 비중을 60% 이상으로 규정한 노인요양시설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전문 간호인력 확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재정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비용이 크게 변할 경우 장기요양보험 수가와 간호사 배치 가산체계를 연동해 조정하는 방안이다.
간호사 확충으로 장기요양보험 지출이 증가하더라도 의료서비스 이용 감소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권 연구위원은 “장기요양 분야에 대한 투자 미비는 사회적 입원 등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간호인력의 숙련도 제고를 위한 재정 투자는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비용 효과성을 평가하고, 숙련 인력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수가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