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두 번째 예산안에도 맞선 국민의힘…'30조 삭감' 넘어 민생예산 재편 승부수

박성민 기자 (mini320@dailian.co.kr)

입력 2026.11.03 06:00  수정 2026.11.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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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조 예산안에 최소 '30조' 감액 추진

당내 미래대응기금 '전면 철회론' 공감대

지난해 보이콧 이어 올해도 피켓 항의

장동혁 3일 민생예산 발표…협상력 시험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본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2일 국민의힘이 최소 30조원 규모의 지출 감액과 민생예산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며 대여 공세에 나섰다. 특히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설치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단순한 예산 삭감을 넘어 재정 운용 방식 전반을 둘러싼 공방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820조9000억원으로, 전년 정부안보다 약 93조원 늘었다. 국민의힘은 대규모 재정 지출이 국가채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강도 높은 예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시정연설은 한마디로 포퓰리즘과 재정 중독으로 점철된 미래 약탈 선언"이라며 정부의 예산 편성 기조를 비판했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을 겨냥해 "기금의 여유자금인 104조원은 국가채무 감축을 위해 쓰는 것이 상식"이라며 "2028년 총선 직전에 돈 뿌리기 위한 여유자금으로 남겨놓은 것이냐. 미래대응기금이냐, 총선대응기금이냐"고 반문했다.


임이자 정책위의장도 같은 자리에서 "정책위원회가 정부 예산안을 정밀히 분석한 결과 158개 문제 사업에서 심각한 혈세 낭비 요소가 확인됐다"며 "100대 문제 사업을 중심으로 최소 30조원 이상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30조원 감액을 넘어 미래대응기금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박수영 의원은 통화에서 "30조원 감액은 당 정책위의 방침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미래대응기금 162조원 전체가 문제라고 본다"며 "기금 사업의 92%가 다년도 사업인 만큼 내년도 예산 일부를 삭감하는 것으로는 향후 재정 부담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기본소득과 농어민 기본소득 등 지속적인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사업부터 걷어내야 한다"며 "미래대응기금이 아니라 초과 세수를 장기적으로 적립하고 운용하는 국부펀드를 만드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전 사전환담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감액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일자리·생계·돌봄·국민안전·청년 등 5대 분야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취업 지원, 돌봄 부담 완화 등 민생과 직결된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안전 관련 예산도 보강하겠다는 취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오는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5대 민생 분야의 예산 편성 방향과 구체적인 사업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 예산안에 대한 반대에 그치지 않고 자체적인 민생예산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에 항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4일 첫 본예산안 시정연설 당시에는 내란특검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해 본회의 참석을 전면 보이콧했다. 대신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올해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시정연설 참석과 함께 구체적인 감액 목표와 민생예산 증액 방안을 내세우면서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정책적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관건은 이 같은 구상이 실제 예산 심사에서 얼마나 관철될 수 있느냐다. 정부·여당이 기금 철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은 30조원 감액과 민생예산 증액을 중심으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래대응기금 설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데 당내외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있다. 일단 기금 자체의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며 "다만 여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현실적인 차원에서 30조원 감액 등의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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