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혁신당이 구명정"…정청래 "합당 1월에는 마무리"
박범계 "왜 1월이냐"…이해식 "선지자처럼 하면 도움되나"
'합당론' 두고 계파 갈등 심화하자 당내 비판 목소리 봇물
일각선 "큰 모습 보여줘야" 김민석 리더십 우려 제기하기도
(왼쪽부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정청래 민주당 전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재차 불거진 조국혁신당 합당론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겉으로는 진보진영 통합 측면에서 합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지만,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계파 간 서로 다른 정치적 셈법이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 대통합추진단장인 박범계 의원은 2일 MBC라디오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엊그저께 조국 원장의 말이 '합당이 되려면 공통의 목표 지향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표현했다"며 "목표와 지향, 비전은 같다고 보는데 수단과 방법, 속도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조 원장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니 아직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좀 있구나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지난달 31일 평택시에서 열린 지역위원회 개소식에서 민주당과의 연대·통합에 대해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함께할 공통의 목표가 분명해져야 가능할 것"이라며 "분명한 목표, 비전과 가치가 일치되지 않으면 그 연대와 단결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 내부에선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건 조 원장뿐만이 아니다. 신장식 대표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합당이) 김민석 대표 체제의 국면 전환을 위한 소재가 되는 것은 단호히 거부한다"며 "김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의 기준선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나. 이 질문에 먼저 답해 달라. 그래야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론이 민주당 내부에 다시 떠오른 건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중진 의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나온 합당 얘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알려지면서다. 당초 이는 이 대통령이 당의 안정과 화합을 당부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직후 혁신당과의 합당 문제가 본격적으로 당내 논란으로 떠오른 건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입에서부터 시작됐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 "윤석열 딱정벌레가 자기 집을 다 해체했는데, 지금 정부와 이재명 대통령도 똑같이 한다"며 "민주진보세력의 구명정으로 사람들이 (혁신당을) 인식하는 것이다. 구명정으로 노아의 방주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유 전 이사장의 발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그런 극단적 언어로 공격하는 것 자체가 자기 파멸적 행태다. 이 정도 하면 막가자는 것"(김영진 의원 10월 29일 SBS라디오)이라거나 "대통령에게만 양보를 요구하고 지지율을 들어 임기까지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분열을 야기하는 행위"(전용기 최고위원 10월 29일 페이스북)라는 등의 날선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4월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에 마련된 청각장애인 수제화 브랜드 '아지오' 매장 오픈 행사에 참석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던 '합당론 공방'은 정청래 전 대표로 인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 전 대표가 지난달 31일 '박시영TV'에 나와 혁신당과의 합당에 대해 "빨리하면 할수록 좋고 늦어도 1월에는 마무리해야 한다. 조건은 양당 당원들이 찬성해야 한다"며 "양당 지도부가 당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합당하는 것이 총선 승리에 필요한 일"이라고 발언하면서다.
특히 정 전 대표는 유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독립운동하던 분들도 하나의 노선을 가지 않았다. 우리 내부에서도 이런저런 생각과 의견과 주장과 방법이 다 각자 다르다"는 반응을 내놓은 반면, 김 대표를 향해선 "취임 100일이 되면 성과나 지지율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남겼다. 이는 유 전 이사장이나 조국혁신당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 전 대표의 발언에 친명계는 발끈했다. 박범계 의원은 앞선 라디오에서 "왜 1월인가"라며 "내후년(2년 뒤) 4월(총선)을 역산하면 내후년 2월 정도에 경선이 있다고 보면, 6개월로 치면 내년 여름경까지는 그래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1월이면 벌써 11월 2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통합혁신단 내 조국혁신당 분과장을 맡고 있는 이해식 의원도 지난 1일 페이스북에 "'혁신당과의 합당을 내년 1월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그 시한은 누가 정해야 하나. 선지자처럼 불쑥 시한을 정하면 합당을 추진한다 해도 그에 도움이 될까"라며 "지방선거 전 합당을 무리없이, 깔끔하게 추진했더라면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한 몇몇 주요한 선거에서 패배했을까, 만일 그랬다면 우리당이 지금 이 처지로 내몰렸을까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라고 적었다.
당내에선 합당을 둘러싸고 표출되는 의견 충돌이 계파 갈등의 연장선이 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는 진보진영 전체의 명운이 걸린 일이지 특정한 누군가의 정치적인 이득에 좌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꾸 말이 얹어지면서 찬반 논쟁처럼 흘러가는데 이런 모습이 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시기와 방법 그리고 노선 등에 대한 건설적인 얘기가 오고가도 쉽지 않은 게 합당인데 지금은 특정 계파는 빨리하자, 반대는 천천히 하자면서 부딪히는 모습을 보니 점점 어려워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며 "상황을 좀 대승적으로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각에선 혁신당과의 합당 문제가 김 대표의 리더십과 직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혁신당 내부에서 김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당내 결집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에서다.
또 다른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미루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단 이쯤 되면 김 대표가 (합당이) 얼마나 진척됐고, 어떻게 접근하고 있다거나 혁신당과 만나는 모습 등을 보여줘야 한다"며 "총선이든 대선이든 이기려면 큰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확실한 메시지가 없으면 (내부에서) 계속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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