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첫 조문객으로…”평소에도 늘 아버지라 불러"
부부 역으로 연 맺은 김혜자 "마지막이라 생각하지 않아"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22년간 양촌리 김 회장으로 출연한 배우 최불암이 세상을 떠나자 작품을 함께한 배우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배웅했다. 1980년 10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1088회가 방송된 이 드라마의 출연진은 종영 뒤에도 특집 다큐멘터리와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만남을 이어왔다. 그사이 김 회장의 어머니 역 정애란과 응삼이 박윤배, 일용엄니 김수미가 차례로 세상을 떠났고, 이번에는 극의 중심이던 최불암이 영면에 들었다.
김 회장의 아내 이은심 역으로 22년간 고인과 부부로 출연한 김혜자는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40분가량 머문 김혜자는 취재진에게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으면 또 만날 텐데 마지막이라고 하지 말아달라”며 “그동안 저 사람에 대한 추억을 다 기억하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이라도 눈뜨는 걸 봤으면 좋겠다. 너무 그리운 사람이니까 곧 만날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전원일기' 출연진 ⓒ임호SNS
두 사람은 1969년 MBC 일일극 ‘개구리 남편’부터 2006년 ‘궁’까지 여러 작품에서 함께 연기했다. 김혜자는 2023년 9월 tvN STORY ‘회장님네 사람들’에서 종영 21년 만에 고인과 다시 만났을 때 “20대 때 만나 함께 연극을 했었다. 저를 가르쳐준 선생님 같은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문이 시작된 오전 10시에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사람은 김 회장의 둘째 아들 용식을 연기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 유 전 장관은 “내가 배우 생활을 시작할 때도 첫 데뷔 작품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셨고, ‘전원일기’에서 22년간 내 아버지로 사셨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며 “평상시에도 늘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했다. 그는 몇 차례 면회를 가려 했지만 고인이 퇴원한 뒤에 보자고 해 생전에 만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맏며느리 박은영 역의 고두심도 빈소를 찾았다. 고두심은 조문에 앞서 연합뉴스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일에 몸담고 일관해오신 선행은 많은 사람의 귀감이 될 것”이라며 “저 역시 그분에 의해 어린이재단 일에 발을 들여놓고 눈을 떴다”고 밝혔다. 고인은 1981년 ‘전원일기’의 금동이 입양 에피소드를 계기로 아동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1985년부터 40여 년간 초록우산 전국후원회장으로 활동했다.
고 최불암 빈소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마을 주민 귀동이 역의 이계인과 김 회장의 양아들 금동이(성인 역)를 연기한 임호도 함께 조문했다. ‘수사반장’과 ‘전원일기’ 등 여러 작품에서 고인과 함께 출연한 이계인은 고인이 입원 중 매운탕이 먹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와 생선을 준비해뒀는데,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아 그 생선이 아직 냉장고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또 고인이 ‘한국인의 밥상’ 촬영 중 만난 스님에게 소원을 말할 기회가 생기자 이계인의 병이 빨리 낫게 해달라고 빌었다며 전화로 알려준 일을 떠올리며 “그런데 먼저 가셨다”고 했다. 임호는 “부모님을 여의었을 때처럼 ‘계실 때 왜 더 잘해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며 해가 바뀌기 전 ‘전원일기’ 출연진과 함께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이야기하던 중에 부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임호가 같은 날 SNS에 올린 출연진 단체 사진에는 2년 전 세상을 떠난 김수미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전원일기’ 출연진이 공식적으로 다시 모인 것은 2021년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플렉스-전원일기 2021’에서였다. 당시 김 회장네와 일용이네 가족, 2세대 아역 배우 등 30명이 넘는 출연진이 참여했고, 고두심·박순천·조하나 등 김 회장네 세 며느리는 2005년 세상을 떠난 정애란의 해양장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그보다 앞선 2020년 12월에는 응삼이 역의 박윤배가 폐섬유증으로 투병하다 73세로 별세했는데, 코로나19 거리두기 강화로 조문을 받지 못했다. 1980년 첫 방송 당시 30대 초반의 나이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박은수의 어머니 일용엄니를 연기해 1986년 MBC 연기대상을 받은 김수미는 2024년 10월 25일 75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장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입관식은 11월 1일 오후 2시 30분, 발인은 2일 오전이며, 발인 뒤 서울 여의도동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집전으로 장례 미사가 열린다. 장지는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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