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암 환자 10명 중 7명, 심리치료 후 무력감 개선"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10.30 15:35  수정 2026.10.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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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암 환자 44명 대상 ‘컴위드유’ 예비 연구

자기자비 중심 5회기 심리치료…사기저하·불안·우울 개선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잃고 무력감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심리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개발한 심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암 환자 가운데 심한 ‘사기저하’를 겪던 환자 10명 중 약 7명이 한 달 뒤 평가에서 뚜렷한 개선을 보였다.


30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박혜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최연규 임상강사 연구팀은 암 환자의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개발한 ‘컴위드유(Compassion With You·COMwithU)’ 프로그램의 운영 가능성과 예비 효과를 확인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유병자는 273만명으로 국민 19명 중 1명꼴이다. 최근 5년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도 73.7%에 달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어려움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기존 심리치료가 주로 불안과 우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컴위드유는 힘든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하는 ‘자기자비(self-compassion)’를 기르는 데 중점을 뒀다.


서울대병원 마인드더쉼센터가 개발한 비약물 치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정신건강전문가가 환자와 1대1로 총 5차례 만나 자신과 타인을 향한 자비를 연습하도록 돕는다. 회당 60분씩 대면 또는 화상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 1개월 뒤 지표별 개선 폭.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2024년 5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서울대병원 암 환자 44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37명(84.1%)이 5회기 중 3회기 이상 참여했으며, 프로그램 시작 전과 직후, 1개월 뒤 설문을 통해 심리 상태의 변화를 평가했다.


그 결과 사기저하와 영적 안녕, 불안, 우울, 자기자비 등 주요 지표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대부분의 변화는 프로그램 직후 나타나 한 달 뒤까지 유지됐으며, 특히 사기저하에서 가장 큰 개선 폭을 보였다.


사기저하 점수는 시작 전 평균 17.3점에서 프로그램 직후 12.6점, 1개월 뒤 11.3점으로 낮아졌다. 특히 시작 당시 사기저하 점수가 10점 이상이었던 환자 중 1개월 뒤 평가까지 마친 25명의 68%(17명)는 측정 오차를 넘어서는 개선을 보였으며, 56%(14명)는 점수가 10점 미만으로 떨어졌다.


영적 안녕 점수도 평균 21.2점에서 프로그램 직후 28.8점으로 높아져 한 달 뒤까지 유지됐다. 자기자비 점수 역시 76.8점에서 한 달 뒤 87.3점으로 상승했다. 반면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정도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다는 평가는 5점 만점에 평균 4.63점이었으며, 연구 기간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왼쪽부터) 박혜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최연규 임상강사. ⓒ서울대병원

제1저자인 최연규 임상강사는 “암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어렵게 꺼내는 고민은 우울이나 불면보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고, 이 부분은 정신건강전문가들도 다루기 어려운 주제”라며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우울과 불안을 넘어 삶의 의미와 버틸 힘에도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에 컴위드유 개발의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신저자인 박혜윤 교수는 “컴위드유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하고 질병에 걸린 자신을 탓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 암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치료자와의 관계 속에서 단계적으로 자비를 배울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현재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효과가 입증되면 많은 암환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치료자 교육도 체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마인드더쉼센터를 후원하는 ㈜좋은책신사고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정신종양학(Psycho-Onc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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