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플랫폼·제작사·극장 한 몸으로…대극장 창작 공백 메울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10.31 11:00  수정 2026.10.31 11:00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웹소설·웹툰 원작 '세이렌' 내년 3월 샤롯데씨어터 초연

원작 공연 점유율 99%대 성과 있지만 대부분 중소극장

웹툰과 웹소설은 이제 뮤지컬의 단골 소재다. ‘신과 함께_저승편’ ‘은밀하게 위대하게’ ‘나빌레라’ ‘정년이’ ‘두 낫 디스터브’ 등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는데, 이들 작품은 대부분 서울예술단·국립창극단 같은 공공 예술단체가 제작했거나 소극장에서 출발해 재공연을 거듭하며 관객층을 넓혀온 경우였다. 최근에는 원작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이 계열 제작사나 극장 운영사와 손잡고 기획 단계부터 제작에 참여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쇼노트는 지난 28일 웹소설과 웹툰 ‘세이렌: 악당과 계약 가족이 되었다’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세이렌’이 내년 3월 24일부터 6월 13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초연한다고 밝혔다. 원작은 웹소설과 웹툰을 합쳐 누적 조회수 2억 5000만회를 기록한 로맨스 판타지물이고, 무대는 ‘유진과 유진’의 김솔지 작가가 극작을, ‘프랑켄슈타인’의 브랜든 리 작곡가가 작곡과 편곡을, ‘하데스타운’의 박소영 연출가가 연출을 맡아 만든다.


'세이렌: 악당과 계약 가족이 되었다' 웹소설(왼쪽) 표지와 뮤지컬 '세이렌' 포스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쇼노트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누가 함께 만드느냐다. 쇼노트는 2019년 카카오 M의 자회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카카오 계열로 편입된 제작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2월 ‘세이렌’의 뮤지컬화를 처음 발표하면서 이를 자사 ‘IP 밸류체인' 사례로 소개했고, 쇼노트가 앞으로도 카카오엔터의 스토리·뮤직·미디어 부문과 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샤롯데씨어터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가 올해 4월 쇼노트와 공동 제작 협약을 맺으며 합류했다.


롯데컬처웍스는 이 협약으로 극장 운영에서 공연 IP 기획과 제작으로 사업을 넓히겠다고 밝혔는데, ’세이렌‘은 롯데컬처웍스가 작품 초기 단계부터 기획에 직접 참여하는 첫 작품이다. 두 회사는 대본 개발과 캐스팅, 마케팅, 해외 진출까지 함께하기로 했고, 원작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도 초연 확정 발표에 맞춰 원작 소설 50화, 웹툰 25화까지 무료 회차를 늘리는 연계 프로모션에 들어갔다.


네이버웹툰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스튜디오N은 2018년 웹툰과 영상을 잇는 ‘IP 브리지 컴퍼니’로 네이버웹툰이 전액 출자해 세운 영상 제작사인데, 드라마에 이어 무대로 영역을 넓힌 첫 결과물이 ‘유미의 세포들’이다. 작품은 개막 전부터 주요 예매처 창작 뮤지컬 일간 예매 순위 1위에 올랐고, 폐막 시점 기준 NOL티켓 9.8점, 티켓링크 9.9점의 관객 평점을 기록했다.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는 시리즈와 영화, 애니메이션에 이어 무대 콘텐츠로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공연 사진 ⓒ샘컴퍼니, 스튜디오N

원작 측과 극장의 협력은 공공 영역에서도 시작됐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지난 6월 국립정동극장과 만화·웹툰 원작 공연 창작을 확대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웹툰 원작 공연 콘텐츠를 발굴하는 공동 워크숍과 쇼케이스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대극장 창작 뮤지컬의 공백이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창작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2297억원으로 라이선스 뮤지컬(2221억원)을 처음 앞섰지만, 이 변화를 이끈 것은 주로 중소극장 레퍼토리 작품이었다. 올해 무대에 오른 대극장 창작 뮤지컬은 ‘몽유도원’과 ‘유미의 세포들’ 2편에 그쳤고, 범위를 최근 2년으로 넓혀도 5편 수준이다.


대극장 공연은 무대 장치와 오케스트라, 출연진 운용에 수십억 원 이상이 드는데 초연이 실패하면 그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 제작사들이 신작 도전을 꺼려왔다. 원작의 독자층에 더해 플랫폼의 홍보 채널과 극장의 자원까지 한데 모으는 제작 방식이 대극장 초연의 위험을 나눠 지는 장치로 주목받는 이유다.


다만 검증된 원작에 기대는 제작 방식 자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원작 IP 뮤지컬이 잇따르면서 이런 관행이 오리지널 창작 뮤지컬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원작 팬덤의 크기와 각색의 완성도가 별개라는 점은 다른 장르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났다. 원작 플랫폼과 제작사, 극장이 한데 묶인 새 제작 구조가 대극장 창작 뮤지컬의 공백을 메우는 해법이 될지는 원작 팬덤을 넘어 일반 관객까지 객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