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1162건 접수에도 송치 0건…판결 불복과 범죄의 경계는 [법조계에 물어보니 768]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6.10.30 09:53  수정 2026.10.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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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0월 12일 기준 집계…885건 불송치 등 종결

합리적 법 해석에 따른 재량 판단은 처벌 대상 제외

법조계, 판결 파기만으론 성립 안 돼…부당한 목적·고의 입증 관건

재판부 압박 수단 악용 우려…사전심의 등 남용 방지책 제언

경찰. ⓒ연합뉴스

법왜곡죄 시행 7개월 동안 경찰에 접수된 사건이 1100건을 넘어섰지만, 송치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법조계에서는 판결이나 수사 결과에 대한 불복과 형사처벌 대상인 법 왜곡은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급심에서 판단이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부당한 목적과 고의적인 왜곡 행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경찰청이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법왜곡죄가 시행된 올해 3월 1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전국 경찰에 접수된 관련 사건은 총 1162건이다. 이 가운데 885건(76.2%)은 불송치 등으로 종결됐고, 34건은 다른 기관으로 이송됐다. 나머지 243건은 수사 중이며, 해당 집계에서 송치된 사건은 없었다.


현행 형법 제123조의2는 형사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범죄수사 담당자의 법왜곡 행위를 처벌한다. 재판·수사 중인 형사사건에서 타인에게 위법·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법령을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해당한다. 다만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에서 이뤄진 재량적 판단은 제외한다.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임을 알면서 사용하는 행위, 위법한 방법의 증거 수집 등도 처벌 대상이다.


법원. ⓒ데일리안DB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법관이나 수사관이 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갈리거나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를 범한 것만으로는 법왜곡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급심에서 판결이 파기됐다는 사정만으로 법왜곡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특정한 결론을 내기 위해 명문의 법률 규정이나 확립된 판례를 객관적인 근거 없이 정면으로 위반했는지, 명백한 증거를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조작된 증거임을 알면서 유죄 판단의 결정적 근거로 삼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봤다.


부당한 목적과 고의를 확인할 자료로는 외부 청탁이나 대가관계, 외압에 맞춰 판단 논리를 만들어낸 사실 등이 드러나는 증거를 들었다. 판결의 결론뿐 아니라 그에 이르는 법령 적용과 증거 처리 과정에 고의적인 왜곡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진행 중인 재판의 담당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고소·고발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 담당자가 사건에서 물러나도록 압박하거나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원칙적으로 항소·상고 등 불복 절차가 끝난 뒤 수사에 착수하도록 요건을 정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고소·고발 내용을 사전 심의해 명백히 근거 없는 사건을 걸러내는 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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