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받아줄 병원 없어"…한시간 이상 헤맨 응급 임산부, 반년간 390건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10.29 10:27  수정 2026.10.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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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50㎞ 이상 이송 255건, 2시간 넘긴 사례도 79건

경기도 1시간 이상 이송 비율 15.3%…장시간 이송 증가세

분만 의료기관 3년 새 52곳 감소…현장선 인력·시설 부족 호소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응급 상황에 놓인 임산부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먼 지역까지 이송되는 긴박한 사례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50㎞ 이상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가 255건에 달했다. 병원 이송에 1시간 이상 걸린 경우도 390건으로 일평균 2건을 넘었고, 병원까지 이송하는 데 2시간 이상 걸린 사례도 전국에서 79건 발생했다.


분만 의료기관마저 해마다 줄어들면서 응급 임산부의 ‘응급실 미수용(뺑뺑이)’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과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2026년 6월 기준) 임산부가 119를 통해 50㎞ 이상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는 255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52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49건, 충남 37건, 충북 28건, 강원 23건 순이었다.


이송 거리뿐 아니라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임산부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1시간 이상 소요된 사례는 2024년 508건에서 지난해 635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390건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34건(34.4%)으로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고, 경북 56건, 서울 37건, 충남 30건 순이었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응급 임산부의 장시간 이송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전체 이송 건수 중 1시간 이상 걸린 비율은 2023년 10.2%에서 2024년 12.0%, 지난해 14.9%로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15.3%를 기록했다. 2시간 이상 걸린 사례도 2023년 7건에서 지난해 30건으로 2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4건이 발생해 지난해 연간 건수의 80%에 이르렀다.


실제 병원 수용이 지연되면서 다른 지역까지 이송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경기 안성에서는 임신 35주 차 산모가 양막 파열로 긴급 이송됐지만, 25차례에 걸쳐 병원 수용이 거절되면서 약 150㎞ 떨어진 전북 전주까지 소방헬기로 이동한 끝에 출산했다. 지난달 대전에서도 임신 29주 차 산모가 양막 파열로 병원을 찾았으나 즉각적인 치료가 어려워 강원 원주까지 헬기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수도권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의정 갈등 이후 전공의가 줄면서 기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커졌고, 일부 인력이 충원됐지만 진료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응급환자 수용이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면서 한정된 인력만으로 모든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분만 의료기관도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분만 의료기관은 2022년 474곳에서 지난해 422곳으로 3년 사이 52곳(11.0%)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 의원급 의료기관이 166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병원 113곳, 종합병원 86곳, 상급종합병원 44곳, 조산원 13곳 순이었다. 분만 의료기관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응급 임산부의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한 지역별 응급 분만 대응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소희 의원은 “지난해 임산부 이송 건수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신고부터 병원 도착까지 1시간 이상 걸린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며 “산모를 제때 수용할 수 있는 분만 의료체계를 시급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분만의료 현장 지원과 임산부 응급진료체계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실제로 이행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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