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달 5일 요구서 보고 추진…조사 범위·일정은 미정
법조계, 국조 자체의 적법성엔 견해차…개별 재판 압박에는 공통 우려
국감국조법은 재판·소추 관여 목적 금지…조사 목적과 방식이 쟁점
출석·자료 제출도 쟁점…국회 요구권과 재판 독립 함께 따져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10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2026년도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면서 국회의 조사권이 개별 재판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국정조사 자체의 적법성을 두고 견해가 갈리지만, 특정 사건의 진행이나 결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조사는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9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7일 의원총회에서 조 대법원장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음달 5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본회의에 보고하고 조사계획서 의결 등을 거쳐 12월 초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와 업무추진비 집행 의혹 등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구체적인 범위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8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온다는 점을 거론하며 조 대법원장의 역할을 문제 삼았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과정까지 조사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원내지도부가 준비하고 있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국회의 조사권과 법관의 재판 독립은 모두 헌법이 보장한다. 헌법 제61조는 국회에 국정감사와 특정 국정사안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하고, 필요한 서류 제출과 증인 출석·증언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제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의해 독립적으로 심판하도록 정한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법원도 예산을 쓰는 국가기관인 만큼 국회의 견제와 감시에서 완전히 제외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를 조사 대상 기관으로 지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와 별도로 특정 사안을 대상으로 국정조사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업무추진비 문제를 국정조사 대상으로 삼는 데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위법이 있다면 수사의뢰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0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2026년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착석해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개별 재판에 대한 압박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두 변호사의 의견이 같았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국조법) 제8조는 감사·조사를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김 변호사는 전국 법원의 평균 심리 기간이나 법관 부족, 제도적 지연 원인을 살피고 예산·인력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국회 감시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진행 중인 특정 사건의 구속·석방이나 증거 채택 이유 등을 추궁해 법관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위헌·위법적 재판 개입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사법행정에 관한 조사라도 개별 재판에 미칠 영향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관의 사무분담이나 재판부 배당, 특정 사건과 관련한 징계·전보 등 인사권 행사 사안은 개별 재판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 변호사도 특정 사건의 진행이나 결과를 빌미로 대법원과 대법원장을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압박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는 입장이다.
증인 출석과 자료 제출 요구의 한계도 쟁점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특별한 예외 규정이 없으면 국회의 출석·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도록 정한다. 같은 법 제4조도 직무상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증언이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법원조직법 제65조는 심판의 합의를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국회의 자료 요구와 이에 대한 거부가 정당한지는 자료의 성격과 조사 목적, 법률상 거부 사유, 재판 독립 침해 여부를 함께 따져야 할 문제다.
김 변호사는 특정 재판의 심리·합의 내용 등 재판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요구에 대해서는 헌법 제103조와 국감국조법 제8조를 근거로 답변·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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