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8대1로 합헌…2013년 결정 이어 존속살해 가중처벌 정당성 인정
부모·자녀 간 범죄 처벌 달라…직계존속 살해만 별도 가중하는 구조에 형평성 논란
마은혁 재판관 "범행 동기·구체적 사정 고려해야"…책임주의·비례원칙 쟁점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부모 등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일반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형법상 존속살해죄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부모에 대한 효와 공경, 전통적 가족윤리를 형벌 가중의 근거로 인정한 것이다.
다만 부모를 살해한 경우에만 별도로 처벌을 강화하는 현행 제도가 직계존비속 간 범죄의 형평성에 부합하는지, 범행 동기와 가정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가중처벌이 현대 형법의 책임주의 원칙에 맞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존속살해죄를 규정한 형법 제250조 제2항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최근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일반 살인죄의 법정형인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하한이 높다.
헌재는 직계존속에 대한 비속의 존경과 보은이 가족공동체를 결속하고 사회윤리의 바탕을 이룬다고 봤다.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특별한 유대와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존립 기반을 파괴하는 만큼 일반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할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판단이다.
직계존속과 그 밖의 사람은 관계에서 요구되는 의무의 내용과 성격이 다른 까닭에 처벌을 달리하더라도 평등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한 A씨는 병간호를 맡았던 부친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2022년 3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부친은 심부뇌내출혈과 지주막하출혈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치료비 부담으로 퇴원했다. 당시 혼자 거동할 수 없었고 음식도 코에 삽입한 호스로 공급받아야 했지만 A씨는 처방약을 주지 않고 치료식도 정상 공급량보다 적게 제공했다.
퇴원 일주일 뒤부터는 부친을 아예 방치했고, 부친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으로 사망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존속살해죄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헌법소원을 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 ⓒ데일리안DB
존속살해죄를 둘러싼 논쟁은 부모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형벌 가중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에 맞닿아 있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면 일반 살인죄가 적용되는 반면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면 존속살해죄로 가중처벌된다. 이에 효와 공경이라는 전통적 가치가 오늘날에도 형벌을 가중할 독립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지를 두고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행 동기와 구체적인 사정을 일률적으로 취급한다는 점도 쟁점이다.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계획적 범행과 장기간 가정폭력·학대에 시달린 끝에 발생한 범행은 책임의 정도와 경위가 다를 수 있다. 간병 부담이나 동반자살 시도 등 복합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마은혁 재판관은 유일한 위헌 의견에서 존속살해 범죄의 동기와 경위에 따라 비난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탐욕에 따른 패륜적 범행이 있는 반면, 오랜 기간 직계존속의 폭력이나 학대에 시달리다 쌓인 분노가 폭발해 발생하는 범행도 있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우리 사회의 정서와 부모·자녀 관계에서 요구되는 의무의 차이를 고려하면 존속살해죄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재 판단에 동의한다"며 "다만 존속살해의 유형과 범행 동기를 구분하지 않는 점은 책임주의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부모에 대한 효와 공경이 형벌 가중의 근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효가 헌법상 보호 가치라기보다 유교적 신분윤리에 뿌리를 둔 가치라는 점에서 장래에도 존속살해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가사 전문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장기간 부모의 폭력이나 학대로 신뢰관계가 이미 훼손된 경우까지 존속살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법정형을 가중하는 것은 책임주의와 비례원칙 측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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