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로 변한 구룡마을서 화재 합동감식…소방 대응 여건 한계 드러내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10.28 16:22  수정 2026.10.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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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지구서 발생한 화재, 강풍 타고 1·3·7지구로 번져

30대 여성 1명, 다리에 가벼운 부상…91가구 127명 피해

비닐, '떡솜', 합판 등 가연성 자재로 만들어진 주거지 밀집

전문가 "미개발 지역 지리적 특성, 화재 대응 어렵게 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가 28일 새벽 완전히 진화된 가운데 소방대원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강남소방서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 구룡마을 화재가 발생 12시간 만에 완진된 가운데 관계 당국이 합동감식에 착수했다.


이번 화재는 가연성 자재가 밀집한 현장 상황과 좁은 진입로, 소방용수 부족, 강풍 등 각종 악조건이 쌓이며 초기 진화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 기관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부터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1차 합동감식에 나섰다.


감식반은 현장 구획을 설정하는 등 본격적인 감식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했으며, 향후 추가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화재 발생 경위와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경찰은 합동 감식과는 별도로 화재 신고자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전날 오후 3시49분쯤 구룡마을 2지구 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강한 바람 속 불은 1·3·7지구로 번졌다.


소방 당국은 오후 3시5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며 불길이 계속 번지자 4시29분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 인력 230여명과 헬기 6대를 포함한 장비 110대를 투입했다. 경찰은 256명, 보건소는 308명을 각각 동원했다.


소방 당국은 전날 오후 10시5분쯤 더 이상 연소 확대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대응 단계를 1단계로 하향했고 화재는 발생 12시간49분 만인 이날 오전 4시39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30대 여성 1명이 다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91가구 127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구청은 개포중학교·구룡중학교 체육관과 인근 숙소 등에 임시 대피소를 마련했다.


서울시 강남구 구룡마을에 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인 28일 인근 학교 강당에 이재민을 위한 임시대피소가 마련되어 있다. ⓒ연합뉴스

구룡마을은 지난 1970∼1980년대 서울올림픽 개최 등으로 강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밀려난 철거민 등이 모여 형성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특히 구룡마을은 비닐과 이른바 '떡솜'으로 불리는 보온용 솜, 합판 등 불에 잘 타는 자재로 만들어진 집들이 밀집해 있는 노후·취약 주거지역으로 이번 화재로 구조적인 화재 위험과 소방 대응 여건의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아파트 같은 경우 스프링클러도 있고 소화전도 있는데, 구룡마을은 진압 자체가 어렵다"며 "길도 좁을뿐더러 제대로 된 길도 없어 소방이 진입하기도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주변 산림 등 역시 화재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추가적인 대형 화재를 막기 위해 현장 대응을 넘어 행정적 대책을 마련하는 등 위험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염 교수는 "소방관의 안전 역시 중요한 만큼 소방력의 원활한 진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주민들이 재개발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만큼 주거와 재산 관련 권리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실질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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