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증거 제공하면 불기소·구형 감경 혜택
검찰이 맡던 접수·수사·처분, 분리 이후 충돌
중수청은 수사 단서, 공소청은 감면 권한 강조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과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공소청 차장)이 27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담합 자진신고자 형벌 감면제도인 '리니언시' 접수 권한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담합 가담자의 신고와 수사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제도지만 신고를 받을 기관부터 의견이 엇갈렸다. 과거 검찰이 신고 접수부터 수사와 기소 여부 판단까지 맡았지만 수사·기소 분리 이후 접수와 신고 순위를 정하는 권한을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28일 공소청의 '카르텔 사건 형벌감면 신청 처리절차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1순위 신청자는 기소하지 않는다. 2순위 신청자에게는 형을 3분의 1 이상 3분의 2 이하 범위에서 감경해 구형한다. 공소청은 지난 16일 지침을 개정하면서 신청 접수와 잠정순위 부여, 최종 감면 판단을 공소청이 맡도록 했다.
리니언시는 담합에 가담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제재 감면 혜택을 주고 내부 증거를 확보하는 제도다. 경쟁 업체끼리 가격이나 입찰 조건 등을 미리 합의하는 담합은 은밀하게 이뤄져 외부에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가담자가 다른 업체보다 먼저 신고하고 증거를 제공하도록 유도해 담합을 적발하겠다는 취지다.
형사 리니언시는 대검찰청이 2020년 12월 도입했다. 종전 지침은 담합 가담자가 대검 반부패부에 방문하거나 팩스·이메일로 감면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대검은 접수 일시와 잠정순위를 신청자에게 알려주고, 검찰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 제공과 협조 여부를 살펴 감면 요건을 충족했는지 판단했다.
당시에도 요건을 갖춘 1순위 신청자는 기소하지 않았다. 2순위 신청자에게는 50%를 감경해 구형하도록 했다. 신고를 받은 기관이 직접 수사하고 최종 처분까지 결정할 수 있었던 구조다. 공소청의 이번 개정 지침은 2순위 감경 폭을 3분의 1 이상 3분의 2 이하로 정하고, 수사는 별도 수사기관이 담당하도록 절차를 바꿨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가담자보다 먼저 신고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접수 순서만으로 혜택이 확정되지는 않는다. 순위는 감면 요건을 충족한 신청자 가운데 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정한다. 담합을 입증할 증거를 제공하고 범행을 중단해야 한다. 관련 재판이 끝날 때까지 사실대로 진술하는 등 지속적인 협조도 요구된다.
1순위로 인정받으려면 공소청이나 수사기관이 담합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거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 다른 사업자에게 담합 참여를 강요한 경우 등에는 감면이 제한된다.
감면 결정을 받은 뒤에도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협조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처분이 달라질 수 있다. 불기소 혜택을 받은 1순위 신청자도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 2순위에 대한 혜택은 검사의 구형량 감경으로, 법원의 선고형까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리니언시와도 구분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진신고자나 조사 협조자에게 과징금·시정조치 감면과 고발 면제 혜택을 줄 수 있다. 형사 리니언시는 검사의 기소 여부와 구형에 관한 별도 절차다.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감면받더라도 형사절차상 혜택까지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두 기관의 접수 권한 다툼은 리니언시의 이중적 성격에서 비롯됐다. 신청자가 수사 단서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형사처벌 감면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중수청은 범죄 정보와 증거를 받아 수사를 시작하는 과정에, 공소청은 신고자에게 어떤 형사상 혜택을 줄지 결정하는 과정에 각각 무게를 두고 있다.
중수청은 전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리니언시 제도의 본질은 수사 초기에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 기법"이라고 규정했다. 신청서와 증거자료를 검토해 잠정순위를 부여하고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도 수사기관의 몫으로 봤다. 공소청이 먼저 신고 내용을 검토하고 순위를 정하면 수사 영역에 관여하게 된다는 논리다.
중수청은 접수와 잠정순위 부여와 수사를 담당하되 기소 여부와 감경 구형은 공소청이 맡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역할을 나누는 것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공소청은 형사처벌 감면이 검사의 기소재량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고 순위가 불기소와 구형 감경으로 이어지는 만큼 최종 처분 권한을 가진 검사가 접수와 순위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수청이 자체적으로 잠정순위를 부여하더라도 공소청의 기소 여부나 구형 판단을 구속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공소청의 개정 지침은 신청을 검토하고 잠정순위를 부여한 뒤 자료를 수사기관에 보내도록 했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수사해 송치하면 검사가 증거의 기여도와 협조 정도 등에 대한 수사기관 의견을 듣고 감면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수사와 기소·구형을 각각 나눠 맡는다는 전제는 같지만 그 출발점인 신고 접수를 서로 자신의 권한으로 보는 것.
문제는 중수청에 먼저 신고한 기업이 공소청에서도 같은 순위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다. 두 기관이 각각 신고를 받아 서로 다른 잠정순위를 부여하면 신청자는 어떤 혜택을 받을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신고 시점뿐 아니라 기관 간 순위 인정 여부까지 감면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수청은 최초 접수 시각과 잠정순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최종 형사처분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소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공소청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양 기관의 협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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