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플라틴 치료 어려운 방광암 환자 695명 대상 국제 임상
24개월 생존율 78.4%…기존 치료군보다 9%p 높아
고려대 안암병원 최윤지 교수 공동연구 참여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기존 항암치료를 받기 어려운 근육침윤성 방광암 환자에게 수술 전후 새로운 항암치료를 시행하면 암의 재발·진행 위험은 물론 사망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를 병용한 환자들은 기존 수술 중심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42% 낮았으며, 2년 생존율도 약 9%포인트 높았다.
28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따르면 최윤지 종양내과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국제 3상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25개국 182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다국가 3상 임상시험인 ‘VOLGA 연구’로, 2022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치료를 받을 수 없거나 이를 거부한 근육침윤성 방광암 환자 69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근육침윤성 방광암은 암세포가 방광의 근육층까지 침범한 상태로, 수술 후에도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이 높다. 일반적으로 방광을 제거하는 수술과 함께 항암치료를 시행하지만, 고령이거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대표적인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을 사용하기 어려워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환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치료 결과를 비교했다. 첫 번째 그룹 233명에게는 수술 전 면역항암제 더발루맙과 항체약물접합체 엔포투맙 베도틴을 병용하고, 수술 후 더발루맙을 추가 투여했다. 두 번째 그룹 233명에게는 여기에 또 다른 면역항암제인 트레멜리무맙을 추가했으며, 나머지 229명은 방광절제술을 중심으로 기존 치료를 받았다.
더발루맙과 트레멜리무맙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면역항암제다. 엔포투맙 베도틴은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찾아 항암 성분을 전달하는 항체약물접합체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설계된 치료제다.
최윤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연구팀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약물을 함께 사용해 수술 전 종양을 줄이고, 수술 후 남아 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억제하는 효과를 살펴봤다.
그 결과, 더발루맙과 엔포투맙 베도틴을 병용한 환자들의 24개월 무사건 생존율은 63.5%로, 기존 치료군(45.1%)보다 18.4%포인트 높았다. 무사건 생존율은 암의 재발이나 진행, 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 또는 사망 등 연구에서 정의한 사건 없이 생존한 환자의 비율이다. 병용치료군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위험은 기존 치료군보다 4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존율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24개월 생존율은 병용치료군이 78.4%, 기존 치료군이 69.4%로, 병용치료군의 사망 위험이 42% 낮았다. 수술로 제거한 조직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병리학적 완전관해율도 각각 45.1%와 9.6%로 차이를 보였다. 세 가지 약제를 사용한 그룹 역시 24개월 무사건 생존율이 60.1%로 기존 치료군보다 높았다.
다만 치료에 따른 부작용 발생 비율은 기존 치료군보다 높았다. 원인과 관계없이 발생한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은 두 약제 병용군에서 71.1%, 세 약제 병용군에서 79.5%로, 기존 치료군(50.2%)을 웃돌았다. 이 가운데 치료와 관련된 중증 이상반응은 각각 30.7%와 44.5%였다. 피부 반응과 말초신경병증 등도 보고돼 치료 과정에서 부작용 관리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지 교수는 “근육침윤성 방광암은 적극적인 치료에도 재발 위험이 높고, 특히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치료가 어려운 환자에서는 치료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환자에서 수술 전후 새로운 병용치료를 통해 재발 위험을 낮추고 전체 생존율까지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6)에서 발표됐으며, 같은 날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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