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1대·52대 국방부장관 이·취임식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날인 26일 국정감사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기의 조속 확정을 요구하면서 “독자적 전작권 행사 선언”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감사차 미국을 다녀온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이러한 일방적 선언에 대한 미국 측 인사들의 우려를 전달했듯이 이것이 정부의 입장일 수도 있겠다. 상당수 국민들이 이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역대 정부들이 20년 이상 조심스럽게 다뤄온 전작권 문제를 왜 정부와 여당은 이처럼 저돌적으로 추진하게 되었을까? 필자가 보기에 이들은 “전작권이 환수되어도 현 한미연합사는 존속한다”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안규백 전 국방부 장관도 방송 등을 통해 수차례 그 점을 강조했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지난 20일 방송에서 “지금은 미국이 운전석에 앉아 있고 우리는 조수석에 앉아 있는데 우리가 운전대를 잡고 미국이 조수석에 앉는 것”이라면서 “결코 함께 달려가고 있는 택시나 버스에서 내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현재의 한미연합사는 해체되고, 한국군 사령관-미군 부사령관의 새로운 사령부가 창설되는데 그 사령부가 어떤 권한과 형태일지, 어떤 부대를 통제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군이 전장으로 향하는 차량의 운전대를 잡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동일한 장갑차는 아니다. 다른 차량인 것은 분명한데 그 차종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면 왜 이런 오해가 발생하였을까. 어이없지만 그것은 오역(誤譯)과 세심하지 못함이 결합된 결과이다.
지난 2018년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한미연합방위지침’에 합의했는데 한글본은 전작권 환수 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면서 한국군 사령관/미군 부사령관의 “한미 연합군사령부와 예하 연합구성군사령부를 편성”하는 내용이다. 세심한 사람이라면 존속하도록 되어 있는 연합사를 왜 “편성한다”고 합의했지라는 의문을 가진 채 영문본을 확인하겠지만 지금까지 우리 안보지도자들은 영어를 읽기 싫어했거나 “정확하게 번역했겠지”하면서 넘어갔고 따라서 오역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영문본을 보면 그 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전작권 전환 후의 연합사령부(The post-OPCON transition Combined Forces Command)”가 “창설된다(to be established)”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전작권 전환 후의”라는 형용사 구(句)가 번역되지 않았고 “창설”이라는 영어단어를 “편성”으로 왜곡해 번역했다. 당시 전작권 환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문재인 정부의 눈에 나기 싫어서 의도적으로 오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요약하면 현 정부의 주장과 반대로 2018년 한미가 합의한 내용은 현재의 연합사는 해체하고 새로운 연합사를 창설한다는 것이었다.
스팅어미사일 발사훈련하는 주한미군.(자료사진) ⓒ연합뉴스
‘전작권 환수 후의 연합사’가 현 연합사와 유사할 수도 있다. 현재 한미 양국간에는 잠정안이 합의돼 있다고 하는데 참모편성 등은 유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연합사와 ‘전작권 환수 후의 연합사’가 유사해지려면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군부대들이 새 연합사의 작전통제를 받도록 돼 있어야 한다.
지금도 이들의 대부분은 ‘방어준비태세(데프콘)-3’이 발령돼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연합사령관이 행사하게 되어도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승인해야만 연합사령관 예하로 전환되게 돼 있다. 다만 현 체제에서는 미군이 연합사령관이기 때문에 승인이 금방 나겠지만 한국군이 사령관일 경우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자국군대를 외국군 지휘관 예하에 두지 않으려는 강한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작권 전환 후의 연합사’는 일부 미군 참모가 편성된 상태에서 한국군만 작전통제할 가능성이 높고, 미군은 미 8군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 인도태평양사령관, 미 합참 등 미군 지휘관의 작전통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면, 한국군은 한국군대로, 미군은 미군대로 싸우게 될 것이다.
성기홍 수석의 비유를 적용하면 전장으로 향하는 장갑차의 운전대를 한국군이 잡게 되었지만 총포 등 무장이 전혀 없는 빈장갑차나 지프차를 운전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은 미국이 나토군의 총사령관 직책을 넘겨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극력 거부하였다. 미군이 총사령관을 맡아야 유사시 가용한 모든 전력을 총동원하여 전쟁을 수행할 것이고 그것을 아는 적은 침공을 자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와 여당은 전작권을 환수해도 현재의 연합사가 존속한다고 국민들을 오도하거나 일방적인 전작권 행사를 선언하겠다고 위협하지 말라. 보수층과 지식인들이 왜 반대하는 지 그 이유에 귀를 기울이라. ‘전작권 환수 후의 연합사’가 어떤 권한과 책임, 참모조직, 예하부대를 구비하게 되는 지부터 세심하게 발전시킨 후 미국과 협의하여 확정하라.
한국군이 연합사령관을 맡으면 어떤 방법과 수단으로 북핵에 대한 억제와 방어 임무를 수행할 것인지도 국민에게 설명하라. 2018년 한글본을 오역한 실무책임자를 색출해 경위를 확인하고, 불법이 드러날 경우 처벌하라. 국가안보는 시험 또는 도박해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제발 만전지계(萬全之計·실패의 위험이 없는 아주 안전하고 완전한 계획) 차원에서 접근하라.
글/ 박휘락 전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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