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군대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교훈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10.27 07:01  수정 2026.10.27 07:01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후티반군을 얕보다가 2015년 이후 계속 굴욕당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쿠데타 막겠다며 자국 군대의 전투 능력을 약화시킨 것이 중요 실책

후티반군 못지 않게 강력한 북한군에 대한 전투 능력 우위 가능할까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후티반군의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의 연료 저장고 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중동의 깡패'가 된 예멘 후티반군에게 공항, 정유시설, 송유관 할 것 없이 드론과 미사일 폭격을 당하면서도 효과적인 반격을 못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군대. 2015년 3월 빈 살만 당시 국방장관은 "단 몇 주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예멘 내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험준한 산악 지형을 기반으로 게릴라식 전투력을 키운 후티반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2022년 휴전에 들어갔다. 올해 7월 전쟁이 재개되었으나 여전히 후티반군에게 굴욕을 당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연간 군사비 지출 규모가 832억 달러로 세계 8위인 군사대국이다. 미국산 패트리엇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첨단 요격망을 구축했다. 수백 대를 보유하고 있는 F-15 전투기의 굉음은 샌들을 신고 소총을 쏘아 대는 후티반군이 들으면 기겁할 정도다. 시아파 수장인 이란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돈도 적고 자원도 부족한 후티반군에게 부자 나라 사우디가 밀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흔히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에게 패배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분석한다. 무엇보다 아랍국가들 대부분이 왕정이나 독재국가들이라 자국 군부의 힘이 커지는 상황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스라엘이 주적인지, 아니면 자기 나라 군대 지도자들이 주적인지 헷갈릴 정도로 과도한 내부경계를 한다. 실제 1952년 7월 이집트, 1958년 7월 이라크, 1969년 9월 리비아 등 아랍국가에서 왕을 무너뜨린 것은 외국군이 아니라 자국군이었다.


사우디는 이를 교훈 삼아 독특한 군대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사우디 군대는 국방부 산하의 정규군, 그리고 왕가를 보호하고 쿠데타를 막는 왕실 직속 국가방위군(SANG)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둘이 연합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상호 견제하도록 만들었다. 정규군은 수도 리야드에서 먼 곳에 국가방위군은 가까운 곳에 두고 있다. 정치학에서 말하는 '분할통치(Divide and Rule)' 기법이다. 그러면서 양쪽 모두 수시로 숙청을 단행한다. 이런 상황이니 이번처럼 제대로 된 전투가 벌어졌을 때 통합 작전이나 정보 공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우디는 전체 병사 중 대졸 이상이 2%에 불과하며 중졸 이하가 과반을 차지한다. 왕실 소속 국가방위군은 건국 때부터 동맹 관계를 맺어 온 유목민족 베두윈 출신을 우선 선발한다. 장교 선발도 전투 지휘 능력이나 전략적 식견이 아니라 왕가에 대한 충성심과 혈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드높은 전투 의지와 전술 능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실제 사우디는 2017년 사드 7개 포대를 도입하고도 현장 운용 인력을 양성하지 못해 8년 뒤에야 겨우 첫 포대를 실전 가동했다.


사우디는 '사우디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무기의 국산화 5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최근 튀르키예와 파키스탄과 손잡고 '메카 군사동맹'도 결성했다. 겉으로는 번지르르 하지만 속으로는 "미국도 은연 중에 지켜 주고 다른 수니파 국가들도 호위하고 있으니 사우디에는 전쟁의 불똥이 튈 리가 없어"라는 정서가 만연했다고 한다.


실제 사우디는 오랜 중동전쟁의 격랑 속에서도 1990년 걸프전 당시 연합군과 함께 쿠웨이트에서 이라크군을 축출하는데 참가했고 2014년 시리아 내 테러단체인 ISIS에 대한 미국의 공습 때 지원한 정도가 전부다. 그래서 2015년 이후 후티반군과의 싸움을 통해 혹독한 실력 검증을 제대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하필 사우디와 맞 싸우는 후티반군은 군인들의 전투력 만을 놓고 보면 세계 최강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첨단 무기없이 오직 소총만 지급한 채 전쟁을 벌인다면 톱 3에 오를 부대는 미군이나 러시아군도 아니고 이스라엘군, 북한군, 후티반군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말한다. 혹독한 훈련, 헝그리 정신, 그리고 실전 경험이 가장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우디 군대의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한국군도 돌아보게 된다. 한국은 방위병 출신으로 탈영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면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육사 출신들이 쿠데타를 또 일으킬까 봐"라는 이유에서 육군사관학교를 국군사관학교로 통합하겠다는 발상까지 나왔다. 사우디 등지에서 사용하는 동기가 우리나라 사관학교 통합의 취지로 거론되는 것이 불편하다.


해안가 접경지역에서 자주포 훈련하는 북한 군인들. ⓒ연합뉴스

평양을 초토화시킨다는 '현무-5' 미사일을 비롯해 한국이 세계 5위의 군사력을 지녔다는 미국 사설단체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보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국 정부는 한미연합사령부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GFP 자체의 공신력이 매우 낮은데다 실제 전투가 벌어졌을 때 한국군이 얼마나 제대로 싸울 지에 대한 정확한 체크가 선행돼야 한다.


이미 평시작전통제권은 지난 1994년에 넘겨 받았다. 국방 분야에서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란 우리 마음대로 하는 상태가 아니라 우리 안위가 든든하게 확보되는 상태를 뜻한다. 후티반군 못지 않게 강력한 북한군에 대해 객관적인 전투능력 우위가 확보되어야 한다. 국민생명보다 중요한 자존심이란 없다.


최근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일대 화력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서부전선에서 122㎜ 자주포로 추정되는 북한군 자주포가 국내 언론의 카메라에 잡힐 만큼 이례적으로 남하한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관련 사진을 보면 섬뜩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한 언론에 "한국의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 절대적 열세다. 현무-5 미사일은 2000기(基)가 넘어도 북한의 핵무기 1기를 감당할 수 없다. 북한 수소탄의 위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10배 이상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전반적인 안보 불감증에 빠져 있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자기가 막대한 피해를 보는데 북한이 왜 우리를 공격하느냐고 한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 전쟁 때도 정치인들과 군 지도자들이 그러했다. 그렇게 안일한 생각을 하다가 결국은 침략 당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육군 특전 사령관을 지낸 전인범 예비역 중장은 "한국의 군 지도자들은 사고가 날까 봐 부대 훈련도 제대로 안 하는 것 같다"면서 "군인들이 갖춰야 할 기초 전투 장비도 부족한데 강한 국방력은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철저히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행군 대열을 뒤따라가면서 간식을 챙겨 주거나 "아들이 다리가 아픈데 경계근무를 어떻게 서냐"며 부대에 항의하는 이른바 '군대 헬리콥터맘'의 존재가 현실적으로 강력하게 먹히는 것이 한국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에서야 어쩌다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북한군이나 후티반군에게는 꿈나라 이야기다.



ⓒ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