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여론조사 의뢰·비용 대납 공모 모두 무죄…시장직 상실 위기 벗어나
"핵심 직접 증거는 명태균 진술뿐"…진술 전반 신빙성 인정 어렵다고 판단
"유죄 의심만으로 처벌할 수 없어"…녹취록·여론조사 공유 정황 공모 입증 못 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장직 유지 여부가 달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항소심 선고일인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를 통해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공모가 모두 뒤집혔다.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명씨 진술의 전반적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오 시장의 공모 사실을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의 항소심에서 원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소한 원심 무죄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오 시장이 2021년 1월 21일께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김한정씨에게 명씨의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지급하도록 요청했는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에 적힌 범행 주체와 시기, 내용은 모두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며, 두 쟁점의 직접 증거는 사실상 명씨의 진술뿐"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전반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명씨가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에 근거한 내용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과거 진술을 재해석하는 경향도 보였다"고 판시했다. 객관적 사실이나 주변 인물의 진술과 배치되는 부분이 적지 않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진술이 구체화된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특히 명씨가 오 시장이 자신에게 전화해 울면서 나경원 의원을 이길 여론조사를 부탁했다고 진술한 대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여론조사 파일의 전송 시각과 통화 시각이 맞지 않는 점, 통화 당시 차량을 운전한 김태열씨가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명씨 스스로 첫 여론조사는 오 시장이 아니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위해 실시한 것이라고 진술한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명씨가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서울시장뿐 아니라 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도 실시했고, 결과를 김 전 위원장과 지상욱 전 의원 등에게도 공유한 사정에 주목했다. 명씨가 오 시장의 의뢰에 따라 조사했다기보다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여론조사를 활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씨에 대한 비용 대납 요청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명씨의 연락처를 오 시장이 아닌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알게 된 점과 두 사람 사이의 통화 녹취록 등을 살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서 은밀한 비용 대납을 김씨에게 직접 요청했다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명씨에게 돈을 지급한 방식과 시점 역시 특검이 주장한 여론조사 10건의 대가와 일대일로 대응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봤다.
항소심에서 주목받은 녹취록에는 명씨가 "오세훈이는 몰라요"라고 말하고, 김씨가 자신이 독자적으로 일을 진행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녹취록을 포함한 관련 사정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이 구체적인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김씨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명씨의 일부 진술만 따로 떼어 신뢰하려면 이를 믿을 만한 근거나 다른 증거에 의한 보강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사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과 명씨가 여러 차례 만났고 선거캠프와 명씨 사이에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공유됐으며 오 시장의 후원자인 김씨가 명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지급한 사실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더라도 핵심 직접 증거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반대되는 사정까지 확인된 만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앞서 1심은 오 시장이 명씨에게 의뢰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과 김씨가 대납한 비용 2100만원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선출직 공직자는 직을 상실한다.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로 오 시장은 우선 시장직 상실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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