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안저검사, 눈 질환 넘어 전신질환 위험 예측으로 확대
심혈관질환 위험 평가 기술은 이미 의료현장서 활용
치매 예측 연구도 진전…“조기 선별 유용, 확진엔 한계”
‘내일의 닥터’는 의료산업의 혁신 흐름을 읽습니다. AI·로봇·데이터가 바꾸는 병원 생태계,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끄는 기술·정책·시장 트렌드를 심층 분석합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눈 사진 한 장으로 치매 위험까지 알 수 있다고?”
언뜻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눈 안쪽 망막을 촬영한 사진 한 장으로 눈 질환은 물론 심혈관질환과 치매 위험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과거에는 눈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그쳤던 안저검사가 이제는 몸속 건강 상태를 엿보는 창구로 진화하고 있다. 일부 기술은 이미 의료현장에서 활용되며, 국내에서도 눈 사진에 숨겨진 건강 정보를 찾아내려는 연구가 이어진다.
눈 속에 건강의 단서가?…달라지는 안저검사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AI를 활용한 안저검사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녹내장이나 당뇨망막병증 등 눈 질환을 발견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면, 최근에는 전신질환의 위험을 평가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눈으로 어떻게 다른 장기의 건강까지 알 수 있을까. 비밀은 눈 안쪽에 있는 망막에 있다. 망막은 인체에서 혈관과 신경조직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드문 부위다. 특히 망막의 미세혈관은 전신 혈관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위험을 파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AI가 더해지면서 사람의 시각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수많은 망막 사진과 환자의 건강 정보를 학습한 AI가 혈관의 모양과 분포 등 특징을 분석하고, 특정 질환과 연관된 위험 신호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국내 의료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지난해 종합건강진단 프로그램에 의료 AI 기업 메디웨일이 개발한 ‘닥터눈(Dr. Noon)’을 도입했다. 양쪽 눈의 망막 사진을 AI가 분석해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등 주요 안질환 뿐 아니라 향후 5년 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까지 불과 3분 정도면 평가한다.
닥터눈은 국내 망막 영상 약 6만장을 학습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심근경색과 뇌졸중,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예측한다. 방사선 노출 없이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으며, 결과에 따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전문의 상담을 거쳐 추가 검사나 예방적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
치매 위험까지 읽는 AI…건강검진의 미래는
정상 안저 사진. ⓒ서울대병원
최근에는 눈을 통해 치매 위험까지 예측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망막은 뇌와 연결된 신경조직으로, 뇌의 혈관과 신경 변화가 눈에도 일부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의대, 자이메드 공동 연구팀은 지난 8월 서울대병원 건강검진 수검자 3만6000여명의 안저 사진 10만8000여장을 분석해 현재 치매 여부를 선별하고 향후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특히 AI가 시신경이 모이는 시신경유두와 주변 영역을 주요 판단 근거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망막에 치매 위험과 관련된 정보가 담겨 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처럼 안저검사는 비교적 간단한 촬영으로 다양한 질환의 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향후 기술이 발전하면 눈 사진 한 장으로 심혈관질환과 치매 등 여러 질환의 위험을 살펴보고,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 추가 검사나 예방적 관리로 연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최근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안저 사진만으로 눈 질환은 물론 성별이나 굴절 도수, 일부 전신질환의 위험까지 추정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정보까지 AI가 찾아내고 있다는 점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까지는 안저검사만으로 전신질환을 정확히 진단하기는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건강검진 등을 통해 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데 유용하지만, 향후 기술이 발전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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