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20여년간 환자 데이터 분석
여성 제균 성공률 65.1%…남성보다 6%p 낮아
“주요 항생제 내성도 높아…성별 맞춤 치료 필요”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헬리코박터균) 감염 치료에서 여성의 제균 성공률이 남성보다 낮고, 주요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은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성은 치료 과정에서 부작용을 겪는 비율도 높아 성별에 따른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3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나영·최용훈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약 20년간 축적된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 결과와 항생제 내성의 성별 차이를 확인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에 서식하며 만성 위염과 위·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감염이 확인되면 항생제와 위산억제제를 함께 사용하는 제균 치료를 시행한다.
그러나 최근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균이 늘어나면서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과 환자의 복약 여부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항생제 내성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먼저 2003년부터 2024년까지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 4748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치료를 시작한 전체 환자 기준 제균 성공률은 여성이 65.1%로 남성(71.1%)보다 6%포인트 낮았다. 반면 치료를 끝까지 마친 환자에서는 여성 85.7%, 남성 87.0%로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이 같은 차이에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중도 이탈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부작용을 보고한 여성 환자는 60.2%로 남성(37.9%)보다 크게 높았으며, 치료 후 확인 검사를 받지 않은 비율도 여성이 21.7%로 남성(17.1%)을 웃돌았다.
항생제 내성에서도 성별 차이가 확인됐다. 연구팀이 2003년부터 2025년까지 환자 890명에게서 채취한 헬리코박터균을 분석한 결과, 제균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 6종 가운데 4종에서 여성의 내성률이 남성보다 높았다.
(왼쪽부터)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최용훈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대표적으로 클래리스로마이신(여성 50.0%, 남성 35.9%)과 메트로니다졸(45.3%, 38.4%), 레보플록사신(45.8%, 33.7%), 목시플록사신(45.5%, 34.1%) 등 4종에서 여성의 내성률이 남성보다 높았다. 반면 아목시실린과 테트라사이클린에서는 남녀 간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제균 치료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성별 격차가 두드러졌다.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은 여성이 80.9%로 남성(67.2%)보다 높았고, 레보플록사신도 여성 61.1%, 남성 48.9%로 차이를 보였다.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역시 여성에서 더 흔했다. 2가지 항생제(클래리스로마이신·메트로니다졸)에 내성을 보이는 이중내성 비율은 여성 27.9%, 남성 20.4%였으며, 퀴놀론 계열 항생제(레보플록사신·목시플록사신)까지 내성을 보이는 삼중내성은 각각 19.7%, 13.3%로 집계됐다.
다제내성은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도 나타났다. 남녀 전체 환자의 이중내성 비율은 2003~2007년 9.2%에서 2018~2025년 40.0%로 높아졌고, 삼중내성도 같은 기간 1.4%에서 31.7%로 증가했다. 특히 여성의 이중내성 비율은 최근 분석 기간인 2018~2025년 50.0%에 달했다.
김나영 교수는 “여성의 낮은 제균 성공률에는 높은 항생제 내성과 부작용으로 인한 중도 탈락이 함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적으로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이 내성과 제균 실패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최용훈 교수는 “제균 치료에 실패한 적이 있는 여성은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음 치료 전 내성 검사로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하고, 부작용 관리 등을 통해 치료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지와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 온라인판에 각각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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