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동영, 설비 없는 '유령 태양광' 4억 신고…땅은 누락

김상현 기자 (scoop@dailian.co.kr)

입력 2026.10.26 05:00  수정 2026.10.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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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허가 3건... 모두 제 3자가 받아

발전소 가액 9배 급증…근거는 불분명

해당 토지는 2년간 재산신고에서 빠져

봉화군 "사실관계 확인후 과태료 검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관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다른 사람 명의로 허가만 낸 채 사업도 시작하지 못한 경북 봉화군 '태양광발전소'를 배우자 재산으로 4억원대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가족 명의로 매매계약 후 부동산거래신고까지 마친 발전소 부지는 2년 동안 재산 목록에서 제외돼 허위 재산신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명의 허가 발전소…4억원대 신고


정 장관은 2024~2025년 2년 연속 이 '발전소'를 배우자 재산으로 신고했다가 올해 신고 때 목록에서 지웠다. 대신 그동안 빠져 있던 토지를 새로 올렸다. 사유는 '전기 신고 오류 정정'이었다. 무엇을 '발전소'로 신고했는지, 4억원대 가액은 어떤 방식으로 산정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봉화군에 따르면 정 장관이 '발전소'로 신고한 봉화읍 화천리 39·40·41-2번지에는 2022년 2월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 3건이 났다. 99㎾급 2건과 499㎾급 1건이다. 허가 명의는 심모·윤모 씨 등 개인이었다. 정 장관의 배우자 민혜경 씨를 비롯한 가족의 이름은 없었다. 심 씨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시공하는 광주 H사의 실질적 경영자로 알려진 인물이고, 윤 씨는 이 회사 대표이사다.


이들은 2023년 10월 23일 세 필지 8357㎡ 전체를 태양광 부지로 바꾸는 토지형질변경·농지전용 허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3573㎡에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공작물 설치 허가도 함께 받았다.


H사 측은 정 장관과의 관계를 묻는 여러 차례의 통화에서 "설명할 사람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배우자 재산으로 4억원대 '태양광발전소'를 신고했던 경북 봉화군 봉화읍 화천리 부지. 정 장관 가족이 2023년 매매계약을 맺고 가등기를 해 둔 땅으로, 22일 찾은 현장에는 발전설비 없이 잡풀만 무성하다. ⓒ데일리안 김상현 기자
발전소 설비 없고 전력망도 막혔다…4억의 정체는?


발전소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찾은 현장에는 발전설비는 커녕 이렇다 할 건물 조차 없었다. 부지는 발전소를 짓더라도 당장 전력망에 연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3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 부지와 연결되는 봉화변전소와 배전선로에는 이미 접속 대기가 몰려 더 받을 여유가 없다. 군에 따르면 발전사업 허가 기간은 2028년 1월까지 연장됐다. 한전은 전력망 보강 공사가 끝나는 2030년 12월에야 발전소를 연결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발전소가 실제로 있었다고 해도 민 씨가 이를 인수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다. 전기사업법상 태양광 발전사업은 사업 개시 전에는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고, 넘겨받으려면 사업이 시작된 뒤 지자체 인가를 받아야 한다. 2024년과 2025년 신고 당시 민 씨는 이 발전소의 소유자도, 사업자도 될 수 없었던 셈이다.


다만 태양광 업계에서는 서류에 드러나지 않은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토지 매수인과 기존 발전사업 허가 명의자가 다를 경우 장래 사업 양도·양수를 전제로 별도 계약을 맺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한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토지 매수인과 기존 발전사업 허가 명의자가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존 허가 명의자에게 일정 비용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거래의 법적 효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거래를 중개한 경북 영주시의 공인중개사도 "(정 장관 측이) 땅뿐 아니라 태양광 발전 사업권까지 다 사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가족이 가등기를 설정한 경북 봉화군 봉화읍 화천리 농지. 2023년 태양광 부지로 바꾸는 허가가 났지만 22일 현장에는 구조물이나 모듈 없이 마른 풀이 덮여 있다. ⓒ데일리안 김상현 기자
7개월 새 4714만원이 4억2212만원으로…사유는 '가액변동' 한 줄


정 장관은 22대 국회의원 임기 개시에 맞춰 제출한 첫 재산등록(2024년 5월 30일 기준)에서 이 '발전소'를 4714만2000원으로 신고했다. 이어진 정기변동 신고(2024년 12월 31일 기준)에서는 4억2212만원으로 늘려 적었다.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은 발전소의 가치가 7개월 만에 9배 가까이 뛴 것이다. 신고서에 기재된 증가 사유는 '가액변동' 한 줄이 전부였다.


이 신고서 항목명에는 첫 등록 때 없던 '공동지분' 표기도 새로 붙었다. 민 씨가 이 '발전소'를 다른 사람과 함께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고가액이 크게 불어난 해당 신고에서 공동소유 표기가 처음 등장한 경위 역시 설명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세 필지는 2023년 11월 27일 거래됐다. 논 4003㎡가 1억1976만원, 밭 3200㎡가 9573만원, 밭 1154㎡가 3451만원이다. 모두 농지로, 거래가를 합하면 2억5000만원이다. 민 씨 지분으로 신고된 '발전소' 가액 4억2212만원은 이 땅값 전체의 1.7배에 이른다. 땅값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금액이다.


결국 쟁점은 정 장관 가족이 무엇을 취득했느냐다. 앞으로 들어설 발전설비의 매입 대금인지, 장래 사업 양수를 위한 계약상 권리나 사업권 대금인지, 업체에 건넨 투자금인지에 따라 신고 항목과 가액 산정 방식이 달라진다. 돈을 건넸지만 아직 넘겨받은 것이 없다면 투자금 반환채권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계약 내용과 실제 지급액이 공개되지 않아 4억2212만원의 산정 근거는 불투명하다. 어느 쪽이든 당시 넘겨받을 수도 없던 발전소에 4억원대 가액을 매긴 근거와, 이를 뒤늦게 삭제한 경위는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올해 재산신고 내역 일부. 봉화 '발전소' 4억2212만원을 지우고 같은 부지 땅을 새로 올렸다(단위 천원).
매매신고는 2023년, 재산신고는 올해…2년 공백


같은 부지의 토지는 올해 재산공개 전까지 목록에 오르지 않았다. 군에 따르면 정 장관 가족은 이 세 필지에 대해 2023년 11월 27일 매매계약을 맺고 12월 19일 부동산거래신고를 마쳤다. 거래신고서상 잔금 지급일은 12월 29일이다.


정 장관의 첫 재산등록 기준일인 2024년 5월 30일은 거래신고서상 잔금일보다 5개월 뒤다. 하지만 2024년과 2025년 신고의 토지 목록에 봉화 농지는 없었다.


올해 새로 등록한 세 필지의 배우자 지분 신고가액은 각각 2465만원, 8552만7000원, 6838만6000원이다.


이 신고가액은 거래대금과 맞아떨어진다. 2023년 세 필지 거래금액 2억5000만원에 민 씨 지분 7분의 5를 적용하면 약 1억7857만원이다. 신고액 합계와 거의 일치한다.


공직자윤리법은 명의와 관계없이 사실상 소유한 재산도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토지를 사들인 경우 중도금을 지급한 때부터 재산으로 등록해야 한다. 신고액대로라면 민 씨는 기준일인 지난해 말까지 자기 지분 대금을 모두 치렀다는 얘기가 된다.


정동영 장관 봉화 태양광 재산신고 경과. ⓒ데일리안
거래는 '매매', 등기는 '예약'…3년째 가등기 왜?


하지만 소유권은 아직 넘어오지 않았다. 23일 기준 등기부등본상 이 토지의 소유자는 여전히 매도인 박모 씨다. 거래신고서상 잔금일과 같은 2023년 12월 29일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만 3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거래는 '매매'로 신고하고 등기는 '예약'으로 처리한 것이다.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은 매매의 경우 원칙적으로 잔금을 치른 날부터 60일 이내에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대금 지급이 지난해 말까지 끝났다면 이 기한은 이미 넘겼다. 기한 내 등기를 신청하지 않으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과태료는 지연 기간에 따라 법이 정한 기준금액의 5%에서 최대 30%까지 늘어난다.


반대로 대금을 다 치르지 않았다면 실제 지급액보다 많은 금액을 신고한 것이어서 규정에 어긋난다. 대금을 모두 치렀다면 등기를 미룬 이유를, 덜 치렀다면 신고액의 근거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거래신고 절차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부동산거래신고법은 신고된 매매계약이 해제·무효·취소되면 3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군은 해당 거래에 대한 계약 해제 신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매매계약이 해제되거나 취소되고 매매예약으로 변경된 것이라면 기존 거래에 대한 해제신고가 필요하지만 신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관계 확인 후 과태료 부과를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감경 사유가 없다면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각각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금액이 1억원을 넘고 신고 기한이 3개월 넘게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통일부는 재산 신고 경위 등을 묻는 기자의 서면 질의에 수일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공직자윤리법은 등록재산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빠뜨리거나 잘못 기재한 경우 경고·시정조치, 2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일간신문을 통한 허위등록 사실 공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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