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인 사기 주장하며 방화…과거 같은 법인 직원 위협해 징역형
사기 혐의 고소했지만 불송치…범행 전 특정 직원 근무 여부 확인도
법조계 "방화치상은 특가법상 보복범죄 열거 범죄 해당하지 않아"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서 연달아 방화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서울 수서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게 문건을 펼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 사무실 두 곳에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 같은 특허법인 직원들을 위협해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다시 범행을 저질렀지만, 법조계에서는 개인적 원한과 법률상 보복범죄는 구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에 대해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54분께 역삼동 신명빌딩 3층에, 7분 뒤인 낮 12시1분께 약 200m 떨어진 한양빌딩 4층에 잇따라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중 5명은 중상을 입었고 14명은 경상을 입었다.
A씨는 특허법인이 자신의 특허 등록 과정에서 사기를 쳤다고 주장하며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범행 전에는 인화물질과 라이터 등을 구매하는 등 사전에 준비한 정황도 확인됐다. A씨는 22일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 겁주려고 했다"며 "사기치는 분을 세상에 알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2022년에도 이번에 불이 난 특허법인 사무실 두 곳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3년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인 지난해 8월에는 특허법인 한 곳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 추가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집주인으로부터 A씨가 '사기를 친 사람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행에 앞서 한 특허법인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특정인 이름을 언급하며 근무하는지 물었고, 해당 직원이 '모른다'고 답하자 사무실 입구에 인화성 물질을 뿌린 것으로 전해졌다
쟁점은 이 같은 범행 동기가 특가법상 보복범죄의 법정 요건에 해당하는지다. 특가법 제5조의9는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 수사·재판과 관련해 고소·고발이나 진술·증언 등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살인·상해·폭행·체포·감금·협박 등을 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단순히 특정인에게 앙심을 품거나 겁을 주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A씨가 문제 삼은 것은 특허 등록 업무와 사기 피해 주장이다. 법조계에선 과거 특허법인을 상대로 한 형사사건이 있었고 이후 다시 범행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검사 출신 임예진 변호사(아리아 법률사무소)는 "형사사건의 수사·재판과 관련한 보복 목적과 법에서 정한 범죄 유형에 해당하는지 따져야 한다"며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 자체는 특가법상 보복범죄 조항에 열거된 범죄와 다르다는 점도 적용 가능성을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가법상 보복범죄는 형사사건과 관련해 폭행·상해·체포·감금·협박 등을 한 경우를 전제로 하는데 현존건조물방화치상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면 이번 사건은 특정인을 직접 겨냥했다기보다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에 불을 지른 것이어서 보복범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