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방노조 "얼마나 더 순직해야 바뀔 것인가…대책 나와도 시간 지나면 흐지부지"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10.22 14:42  수정 2026.10.22 14:45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김길중 한국소방공무원노조 위원장 "국가직 변화 체감하기 힘들어"

"국가가 독립된 '소방특별회계' 신설해 예산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인력 부족, 가장 큰 문제…동료 눈치 보여 교육·휴가 가지 못해"

"구급대원 겪는 만성 근골격계 질환, 공상 인정받기 까다로워"

김길중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소방관들 사이에는 '소방관은 죽어야 변화된다'는 말이 돈다. 꼭 소방관이 순직해야만 대책을 내놓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소방관도 국민이다. 누군가가 죽기 전에 현장을 살펴보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17년째 현장 진압대원으로 활동하며 실화재 훈련(CFBT) 교관도 맡고 있는 김길중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2020년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인건비의 90% 이상을 여전히 지방 재정에 의존할 정도로 기형적 예산 및 인사 구조 탓에 현장의 변화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만성적인 현장 인력 부족과 노후 장비 방치, 그리고 지휘부의 현장 경험 부재까지 소방 조직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는 고스란히 대원들의 안전 위협으로 돌아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소방관이 순직한 뒤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지자체의 예산 부담이 큰 상황이다.


"반쪽짜리 국가직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소방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0~90% 정도인데, 소방 업무 대부분이 지방 사무라는 논리로 국가 재정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장 100%가 어렵다면 50%든 30%든 국가가 인력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최근 정치권의 거친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지만, 이를 계기로 지방 재정이 90% 이상 투입되는 구조적 문제가 공론화됐다. 지방 소멸과 담배 소비 감소로 지방 소방 재원이 줄어드는 만큼, 국가가 독립된 '소방특별회계'를 신설해 예산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어려움과 지역 간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충분한 충원 없이 2교대에서 3교대 체계로 전환되다 보니 예비 인력이 전혀 없다. 휴가자나 교육자가 한 명만 발생해도 다른 대원이 초과근무로 빈자리를 메워야 해 동료 눈치가 보여 교육이나 휴가를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피로가 누적되면 현장 안전에도 직결된다. 특히 지역별 편차가 커서 서울이나 일부 광역시에 비해 지방은 인력난이 심각하며, 경기도의 경우 인력 충원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지방의 노후 장비와 소방서 청사 등 근무 환경도 열악하다고 들었다.


"화재 현장에서 대원이 믿을 것은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등 장비뿐인데, 지자체 예산이 부족하면 사용 연한이 지나도 교체하지 못하고 계속 써야 한다. 경남에서는 교체 주기인 5년이 지난 구급차를 계속 운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청사 역시 40~50년이 넘어 비가 새거나 녹물이 나오는 곳이 있고, 임시 청사를 구할 예산이 없어 공사 먼지가 날리는 기존 건물에서 대기하며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도 한다.


서울도 오래된 119안전센터와 소방서가 많다. 땅값이 비싸다 보니 건물을 새로 짓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겉만 리모델링해도 내부 시설은 오래돼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곳이 있다. 인력 충원뿐 아니라 필수 장비의 적기 교체를 위해서라도 국가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


김길중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홍콩 소방학교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김길중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대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관리와 공상 인정 문제는 어떻게 보나?


"이태원 참사 이후 심리 상담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전문 정신과 치료와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인력이 부족해 쉴 시간이 없다 보니, 상담을 받아도 곧바로 참혹한 현장에 투입돼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체적 부상도 마찬가지다. 내가 빠지면 동료가 고생한다는 미안함에 개인 비용으로 치료하며 버티는 대원이 많다. 특히 구급대원들이 겪는 만성 근골격계 질환은 현장 사고와 달리 공상으로 인정받기 까다로워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소방청의 역할과 일부 지역의 행정 인력 편중 문제에 대한 생각은?


"현재 소방청은 예산권과 인사권이 없어 시도 소방본부를 실질적으로 지휘·통제하기 어려운 '이름뿐인 청'이다. 국가가 소방특별회계를 만들어 소방청에 예산 배분 권한을 줘야 중앙 차원의 조정이 가능해진다. 또한 일부 지역은 소방서를 증설하면서 불필요한 기존 업무를 줄이지 않아 행정 인력은 정원 대비 120%를 넘는데 정작 불을 끄고 구조할 현장 인력은 부족한 기형적 구조를 보인다. 보여주기식 행정을 줄이고 현장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해야 한다."


-최근 잇따른 순직 사고와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천과 전남 등에서 발생한 순직 사고를 보면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진입한 측면이 있다. 국정감사에서 지휘관들의 평균 현장 경험이 11개월 미만이라는 지적이 나왔듯, 현장 경험과 실질적 훈련이 부족한 지휘 체계의 책임도 크다.


순직 사고가 날 때마다 정치권과 정부가 대책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된다. 소방관도 국민이다. 누군가 죽기 전에 현장을 살펴보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문제라는 책임감으로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김길중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