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병원 옮길 때마다 다시 찍던 CT·MRI…12월부터 달라집니다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10.21 07:00  수정 2026.10.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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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병원을 옮긴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겪어 보셨을 것이다. 얼마 전 다른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았는데, 새로 찾은 병원에서 같은 부위를 다시 촬영하자고 하는 상황 말이다. 검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다시 찍어야 하나 의문이 들지만 대부분은 "이유가 있겠지" 하며 의료진의 권유를 따른다.


병원 옮긴 환자 4명 중 1명…한 달 안에 CT 다시 찍어


이러한 사례는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고가의료장비 재촬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CT 촬영 후 같은 질병으로 30일 이내에 다른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94만4172명 가운데 26.8%인 25만3438명이 CT를 다시 촬영했다.


또 다른 고가의료장비인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의 재촬영률은 같은 기간 13.8%였다. MRI 재촬영률이 2022년 이후 13%대에 머문 것과 달리, 방사선을 이용하는 CT는 2022년 25.8%에서 2025년 26.8%로 해마다 조금씩 올랐다. 이처럼 30일 안에 다시 찍은 검사의 지난해 건강보험 청구액은 CT와 MRI를 합쳐 650억 5,200만 원에 이른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은 짧은 기간 안에 다시 찍었다고 해서 모두 불필요한 중복 촬영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선 검사만으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 영상의 화질이 불량하거나 촬영 범위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수술 후 합병증이 의심되거나 환자의 임상 양상이 변화한 경우는 의학적으로 정당한 재촬영에 해당한다.


반면 관리가 필요한 것은 진단이나 치료 방향의 변화 없이 중복되는 검사다. 모든 재촬영을 일률적으로 줄이려 하면 꼭 필요한 검사까지 위축될 수 있다. 필요한 검사는 하되 불필요한 중복 촬영만 걸러내는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질병관리청은 국민이 의료방사선 검사로 받는 피폭선량을 매년 조사해 '국민 의료방사선 평가 연보'로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받은 의료방사선 검사는 총 4억3159만여건, 1인당 8.4건이었다.


이 가운데 CT가 차지하는 비중은 검사 건수로는 3.8%에 불과하지만 전체 피폭선량에서는 67.1%를 차지한다. 검사 한 건당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불필요한 CT 한 건을 줄이는 것이 다른 검사를 줄이는 것보다 국민 1인당 평균 피폭선량을 낮추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환자 기억에 기대던 중복 촬영 확인…제도로 변화


그동안 중복 촬영을 막는 일은 상당 부분 환자의 기억과 노력에 기대어 왔다. 의료진이 다른 의료기관의 검사 기록을 진료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환자가 이전 병원에서 받은 검사를 직접 알리고 필요하면 영상 CD를 발급받아 전달해야 했다.


그러나 환자가 검사명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거나 의료기관을 여러 곳 거친 경우에는 이런 방식만으로는 중복 촬영을 막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이 오는 12월 24일부터 달라질 예정이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6은 환자 안전과 과도한 의료 이용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이 하려는 검사나 치료가 인정 횟수 등의 기준에 맞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새로 마련한 조항이다.


이와 더불어 심평원은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의 검토와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CT와 MRI를 첫 번째 관리 대상으로 확정했고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촬영 전에 환자가 최근 1년간 다른 의료기관에서 받은 CT·MRI 촬영 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복지부는 2027년 상반기까지 영상정보공유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환자가 스마트폰 QR코드로 원하는 의료기관에 자신의 영상을 직접 보낼 수 있어 영상 CD를 발급받아 들고 다니던 불편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 찍어야 하나"를 묻는 제도…안전한 검사로 이어지려면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 지출뿐 아니라 국민이 받는 방사선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의료진이 이전 검사 이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면 다시 촬영할지에 대한 판단도 더 정확한 근거 위에서 내릴 수 있다.


검사가 정말 필요한지를 따지는 의료방사선의 '정당화'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것이다. 나아가 진단에 필요한 영상 품질을 유지하면서 방사선량을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 관리하는 '최적화'를 실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두 원칙을 뒷받침할 기반은 질병청이 이미 마련해 놓았다. 질병청과 대한영상의학회가 중심이 돼 만든 '영상진단 정당성 가이드라인'은 12개 분과 400여개 권고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검사가 적절한지를 제시해 불필요한 검사를 걸러내는 기준이 된다.


또 검사를 시행할 때 방사선량을 어느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진단참고수준(DRL)은 검사 종류별로 전국 의료기관의 실제 선량을 조사해 5년 주기로 개정해 배포하고 있다. 진단참고수준은 환자 개인의 선량 한도나 최저선량 기준이 아니라 한 의료기관의 통상적인 선량이 이 값을 계속 넘으면 촬영 조건이 적절한지 다시 살펴보도록 하는 기준이다.


질병청이 마련해 온 이 기반에 검사 이력을 확인해 '이 검사를 또 해야 하는가'를 묻는 새 제도가 더해져 두 축이 잘 맞물려 돌아간다면 병원을 옮길 때마다 반복되던 촬영과 그로 인한 불필요한 피폭이 함께 줄어 더 안전한 방사선 검사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필요한 검사까지 줄이는 데 있지는 않다. 진단에 필요한 CT라면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불안 때문에 미루기보다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한 뒤 촬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병원에서 받은 검사가 있다면 진료 때 먼저 알리고 다시 촬영하자는 권유를 받았다면 그 이유를 편하게 물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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