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친일파 유묵' 낙찰품이 박물관 특별전으로
개인 소장 사실 넉 달간 은폐에 여야 질타 쏟아져
“실수와 죄책감 교훈 삼아 박물관 명예 회복할 것”
국립중앙박물관이 특별전에서 대표적인 친일파의 유물을 애국지사의 글씨로 잘못 소개한 데 이어, 해당 유물이 유홍준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다는 사실을 은폐해 온 것과 관련해 유 관장이 국정감사장에서 공식 사과했다.
유 관장은 19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에 앞서 단상으로 나와 “국민 여러분께서 박물관에 보내 주신 신뢰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중대한 불찰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두 차례 고개를 숙였다.
논란은 지난 7월 개막한 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전시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이라는 유묵에서 비롯됐다. 박물관 측은 서명된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근거로 이를 애국지사의 글로 소개했으나, 외부 제보와 검증 결과 이는 일제강점기 중추원 부의장을 지낸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또 다른 이름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 큰 문제는 해당 유물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다는 점이다. 이 유묵은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조선통신사 일행 박덕원’의 작품으로 소개돼 시작가 1만원에 출품됐으며, 유 관장이 직접 5만원에 낙찰받았다. 당초 기획안에 없었던 이 작품은 5월 8일 유 관장의 추천 이후, 별도의 전문가 감정이나 다른 작품과의 교차 검증 없이 불과 14일 만에 일사천리로 전시가 결정됐다.
유 관장은 “감정을 받았느냐”는 질의에 “나 자신이 서예사 전공자라서 확신했다”고 답해 관장의 권위 앞에 박물관의 내부 검증 시스템이 붕괴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신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넉 달 가까이 숨긴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박물관과 유 관장은 고증 오류에 대해 네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출품자가 관장 본인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유 관장은 국감장에서 “처음에는 내 개인의 자랑이 될까 봐 떳떳하게 밝히지 못했고, 박중양의 작품으로 밝혀진 뒤에는 미술사가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있어 지나가 줬으면 했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소장품 가치를 높이려는 이른바 ‘작품 세탁’ 의혹에 대해서는 “부여문화원에 기증하려던 참에 밥의 의미를 보여주려 출품한 것일 뿐 금전적 이득을 취할 의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야 의원들은 “비겁한 처신” “전형적인 관장 찬스이자 이해충돌”이라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유 관장은 “독립운동의 명예와 유족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힌 점, 직원들이 이뤄낸 학술적 전문성과 국민적 신뢰를 비판받게 만든 점에 대해 뼈저리게 뉘우친다”며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을 인용해 “실수와 죄책감을 교훈 삼아 박물관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잇따른 사퇴 요구에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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