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관계기관 합동 감식. ⓒ 연합뉴스
소방관 1명이 목숨을 잃고 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공장 화재가 안전관리 소홀이 불러온 ‘인재’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불길이 시작된 작업장 내부에는 유증기가 가득 찬 상태였지만, 정작 이를 예방할 기본 방폭 장비나 안전시설은 전혀 갖춰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유관기관 감식반 20여 명은 오전 9시 30분부터 화재 현장인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금속부품 도장 공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였다.
감식반은 불이 처음 시작된 건물 3층 시너 세척 작업장을 정밀 조사하며, 선착대로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할 만큼 불길과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확산된 원인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경찰 조사 결과, 화재 당시 현장에서는 시너를 이용한 금속 세척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감식반은 세척 과정에서 시너에 포함된 톨루엔 성분이 기화해 유증기로 변했고, 여기에 정전기나 미세 전기, 마찰열로 인한 스파크가 튀면서 순식간에 불이 붙었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현장 환경은 그야말로 화약고나 다름없었다. 인화성 유증기가 다량 발생하는 작업 환경이었음에도 유증기 폭발을 막을 방폭 장치나 환기 설비는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발화 지점에서 불과 1∼2m 떨어진 곳에는 개봉된 상태의 시너 깡통 수십 개가 방치되어 있었고, 인근에 쌓여 있던 수백 개의 페인트통이 연소 확대를 급격히 부추긴 것으로 파악됐다.
김효성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브리핑을 통해 "금속을 세척한 뒤 옮겨 싣는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에 정전기나 마찰열 스파크가 튀어 발화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감식을 진행했다"며 "위험한 작업 환경임에도 방폭 장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현장에서 회수한 세척 용액을 국과수에 보내 정확한 성분을 감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관리 부실을 넘어 법적 위반 여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장에서 제4류 위험물인 제2석유류 등 다량의 인화성 물질이 발견됨에 따라, 무허가 위험물 취급 및 부실 관리 정황을 면밀히 파악 중이다. 해당 공장은 관할 지자체에 위험물 취급 허가를 받은 이력이 전혀 없었으며, 건축 면적(362㎡)이 설치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앞서 지난 16일 오전 8시 38분께 발생한 이번 화재는 2시간 28분 만에 진화됐으나 참극을 피하지 못했다. 선착대로 현장에 진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던 40대 소방대원 2명이 급격히 치솟은 화염에 고립됐고, 이 중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다른 소방관 1명 역시 중상을 입었으며, 대원 4명과 공장 관계자 2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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