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온전히 읽어내는 것 쉽지는 않아…
청소년들에 책에 빠져드는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 “느리게 발견돼도 온전한 가치 전할 것”…책폴 출판사의 소신
책폴은 영화사에서 일하던 이혜재 대표가 2021년 설립한 출판사다. 원작 발굴 업무를 하며 책과 출판의 매력에 빠진 이 대표가 출판사에 입사해 청소년 팀 업무를 맡으며 자연스럽게 관심사의 깊이를 더해갔다.
이 대표는 “청소년들에게 독서는 중요하지만, 책 한 권을 온전히 읽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들에게 책에 폴짝 빠져드는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라고 청소년 도서를 선보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책폴 출판사ⓒ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하는 여덟 작가가 돌아본 사춘기 시절과 그림 작가 양양의 따스한 일러스트레이션 작가가 어우러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나의 겨울방학 이야기’를 비롯해 인터넷 공론장에 휘말린 고등학생들의 일상을 담은 ‘심판자들’ 등 청소년들의 현실을 다양한 시선에서 들여다본다.
보호 종료 아동이자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 실습에서 경험하는 사회의 폭력성을 들춘 ‘내일의 피크닉’, 친족 성폭력 생존자인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어떤 결심’ 등 다소 무거운 주제도 피하지 않고 과감하게 담아낸다. ‘어떤 결심’은 소재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건 이후, 주인공이 상처를 어떻게 직면하고 회복해 나가는지를 다루며 섬세함도 놓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독자들에게 조금 천천히 발견되더라도 책이 품고 있는 이야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온전히 한 권의 책에 담을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폴의 이야기는 청소년에서 시작하지만,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11년 차 청소부이자 6년 차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김가지 작가의 에세이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통해선 새로운 방식으로 일과 삶을 창조해내는 사람들, 사회적 편견을 넘어 자신만의 일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이 대표는 “정답을 요구하는 세상이지만. 꼭 정답이 아니어도 수많은 그 일상, 삶의 다양한 모습들이 있지 않나. 하루하루 자신의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 소중한 가치를 담고자 노력한다”라고 책폴이 지향하는 바를 설명했다.
책폴 출판사ⓒ
이는 이 대표의 인생 방향성과도 다르지 않다. 수년간 출판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는 조금 심심하지만, 특유의 깊은 맛이 있는 ‘평양 냉면’ 같은 일상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됐다.
그만큼 책폴의 메시지에 깊게 공감하는 독자들도 이어져 힘을 얻는다. 이 대표에 따르면 특수학교인 서진학교가 개교하기까지, 장애인부모회 어머니들이 겪은 좌절과 성취의 순간들을 담아낸 ‘학교가는 길’은 2022년 ‘올해의 인권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지난해 이 대표는 교보문고 출판 어워즈에서 올해의 마케터로 선정이 되기도 했다. ‘심판자들’은 2026년 한우리 독서올림피아드 중학생 필독서로 선정됐으며, ‘여기, 우리 집에서’는 제7회 책씨앗 독서감상문대회 청소년 부문 권장 도서로 선정이 되는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 책의 가치를 인정받는 사례들이 이어진다.
“이제는 일상을 좀 슴슴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야 이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더라”라고 말한 이 대표는 “그런 와중에 갑자기 전화나 메일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너무 보람차다. ‘내가 나 혼자 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낀다. 누군가가 우리 책을 발견해 주고, 이야기를 떠올려 주고, 노력을 알아봐 줄 때 즐겁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책폴의 메시지를 더 깊고 넓게 곱씹기도 한다. 청소년 책이 출간되면, 이 책을 함께 읽을 청소년들과 북클럽을 운영하는가 하면, 청소년을 키우는 양육자들이 소통하는 양육자 독서클럽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다시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다.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이가 돈독해지는 걸 경험하는데, 그럴 때 신기하고 좋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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