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형병원 건립,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 [기자수첩-ICT]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10.19 07:00  수정 2026.10.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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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수도권 대형병원 신설 계획

병상 늘어도 의료진 확보는 별개 문제

지역 의료인력 유출 가능성도 살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새로 짓는 병원에 들어갈 의사들은 결국 어디서 데려오겠습니까.”


최근 의료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들은 말이다. 수도권 곳곳에서 대형병원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이야기에 돌아온 반응은 뜻밖이었다. 새 병원이 생긴다는 소식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병원은 새로 지을 수 있어도 그곳에서 일할 의료진까지 새로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형병원 건립은 대개 환영받는다. 집 가까이에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먼 곳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도 줄어든다. 수도권 역시 의료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증가하는 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병원 확충은 필요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새로 들어서는 대형병원의 의료진은 어디서 확보할까.


병원 하나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상당한 의료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중증환자를 진료할 숙련된 전문의는 단기간에 길러낼 수 없다. 사람은 필요한데 자체적으로 수급이 안된다면 다른 곳에서 데려올 수밖에 없다. 기존 병원에서 근무하던 의료진을 영입하는 방식이 주요 인력 확보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기왕이면 더 나은 근무 여건과 교육·연구 환경을 갖춘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역 병원에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의료진이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필연적으로 지역 의료 공백 심화를 불러온다. 수도권 대형병원에서는 여러 전문의 중 한 명이지만, 지역 병원에서는 특정 분야의 진료를 책임지는 유일한 의사인 경우가 많다. 전문의 한 명이 빠져나가는 것만으로도 진료과 운영이 어려워지고 수술과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수도권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지역의 의료 공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런 형태의 인력이동은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의료 강화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수도권 대형병원 확충이 지역 의료인력의 이동으로 이어진다면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정책 방향과 수도권 병상 확대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수도권의 의료 수요를 고려하면 병원 확충 자체를 무작정 막아 설 수는 없다. 다만 병상 수와 건립 규모를 앞세우기에 앞서 이를 운영할 의료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기존 의료체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건물을 짓는 데는 몇 년이면 되지만, 숙련된 의료진을 양성하는 데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병상은 늘어나는데 의료인력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국 한정된 인력을 둘러싼 병원 간 경쟁만 치열해질 수 있다.


병원을 얼마나 크게, 많이 짓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병원이 의료체계 전체에 미칠 영향이다. 한쪽의 병상을 채우기 위해 다른 한쪽의 진료실이 비워진다면, 그것은 의료 확충이 아니라 의료 공백의 이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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