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공연장·제작사 연계 시 최대 4년 지원…내년 35억 신규 편성
창·제작 예산의 7% 수준…현장 "다년 지원, 원칙으로 삼아야"
창작뮤지컬이 초연 무대를 끝으로 사라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다년 지원 사업을 새로 편성했다. 1년 단위로 집행되던 작품 지원에 다년 지원을 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규모와 조건을 따져보면 초연 이후 재연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기엔 한계도 분명하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뮤지컬 분과 3차 회의에서 “창작뮤지컬은 한번 공연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내년도 지원 방향을 설명했다. 공연장과 제작사가 연계해 공모에 참여하면 최대 4년까지 지원하는 사업으로, 내년 예산 35억원이 새로 배정됐다. 내년 공연예술 창·제작 지원 예산은 공연예술창작산실,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 등을 합쳐 517억원으로 올해보다 32.2% 늘었다.
지난 14일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뮤지컬 분과 3차 회의를 진행 중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시스
단기 공연 문제는 현장에서 오래 제기돼 온 과제다. 창작뮤지컬은 개발부터 초연까지 수년이 걸리지만 지원은 대부분 1년 단위로 이뤄진다. 초연 지원금이 소진되면 재연과 삼연은 제작사가 자체 자본으로 감당해야 한다. 초연 관객과 평단의 반응을 반영해 대본과 음악을 고치는 재개발 작업도 별도 예산이 없어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재공연이 필요하지만, 정작 그 단계에서 지원이 끊기는 구조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창작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2297억원으로 라이선스 뮤지컬(2221억원)을 처음 앞질렀다. 정부도 올해 뮤지컬 관련 예산을 31억원에서 244억원으로 늘렸다. 다만 이 예산은 창작뮤지컬 전용 공간 대관, 시범공연 지원, 인재 양성, 해외 진출 등에 쓰이며 대부분 초연 작품에 집중돼 있다.
이번 다년 지원 사업은 이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다. 한 작품을 최대 4년간 지원하면 초연 이후 수정과 보완을 거쳐 재공연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설계할 수 있다. 공연장이 함께 참여하는 만큼 제작사로서는 대관 일정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규모는 제한적이다. 35억원은 내년 창·제작 지원 예산 517억원의 7% 수준이다. 지원 편수와 작품당 지원액 등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예산 규모를 고려하면 다년간 지원받을 수 있는 작품 수는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공연장 연계 조건도 변수다. 대관 협상력을 갖춘 제작사나 공연장과 협력 관계를 맺어온 단체에는 유리하지만, 대관 여건이 열악한 중소 제작사에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창작뮤지컬 상당수가 대학로 중소극장에서 만들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참여할 수 있는 공연장의 범위가 사업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의 지속성도 불확실하다. 이날 자문위원들은 다년 지원을 원칙으로 삼아 달라고 요청했다.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은 “작품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다년도 지원이 절실하다”며 “문화예술의 특성을 반영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최 장관은 “정부 예산 자체가 1년 단위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차차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다년 지원이 당분간 일부 사업에 머물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결국 관건은 지원 구조다. 신작 발굴에 집중된 예산 체계에서 재연과 삼연 단계를 뒷받침하는 공공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창작뮤지컬이 일회성 공연을 넘어 레퍼토리로 자리 잡으려면 개발 기간에 대한 지원과 함께, 검증된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초연 이후 단계까지 이어지는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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