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내 재심 청구 방침…가석방 요구 논란 뒤 법적 대응에 집중
국정원 문건 등 새 증거가 관건…법조계 "재심 개시 문턱 높아"
기존 유죄 판단 뒤집으려면 명백 증거 필요…정치적 전략 해석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시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징역 7년8개월이 확정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이 내주 중에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재심 개시와 유죄 판결을 뒤집는 일 모두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재심은 확정판결의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절차인 만큼 기존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단은 내주 중 수원고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이 전 부지사 변호인 5명은 전날 약 2시간 동안 논의한 뒤 재심 외에 가석방이나 특별사면 등 다른 조치는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변호인단은 공식 입장문에서 "법적인 절차 내에서 가능한 조치인 재심 신청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이 전 부지사의 가석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뒤 나왔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 전 부지사의 가석방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이 전 부지사는 지난 8일 옥중 자필 입장문을 내고 "진의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 전 부지사는 당시 이 대통령을 향해 "조작된 누명으로 저와 마찬가지의 고통을 받고 계실 대통령님의 고뇌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수원지검의 대북송금 수사 조작 의혹이 국회의 국정조사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드러났는데도 진상규명이 지체되고 있다며 관련 검사들에 대한 신속한 처벌을 특검에 요청했다. 변호인단이 재심만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향후 대응은 확정판결의 근거와 수사 과정의 문제를 법적으로 다시 다투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재심 청구의 핵심 쟁점은 기존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던 국가정보원 문건 등이 법률상 재심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느냐다. 이 전 부지사 측은 해당 문건 등을 토대로 대북송금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시 다투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북한 공작원 리호남의 동선과 스마트팜 시설 관련 정보, 쌍방울의 대북사업 및 주가조작 관련 첩보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데일리안 DB
다만 새로운 자료를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 재심이 개시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무죄 또는 형의 면제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를 재심 사유로 규정한다. 법원은 증거가 기존 재판에서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지, 유죄 판단을 뒤집을 정도의 증명력이 있는지를 엄격하게 따진다. 기존 재판에서 이미 증거 신청이나 공방의 대상이 됐던 자료라면 재심 사유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검사의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에도 그 자체로 재심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사상 위법이 있었다는 주장과 확정판결을 다시 심리할 수 있는 법률상 재심 사유가 성립하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이 전 부지사 측이 주장하는 수사 조작 의혹이 향후 수사나 징계 절차 등을 통해 확인되더라도 그 결과가 재심 요건을 충족하는지와 기존 유죄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관건이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형사소송법상 재심은 확정판결의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해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되며 단순한 추가 정황 증거나 기존 공판에서 이미 다뤄진 증거로는 개시 결정이 내려지기 어렵다"며 "대북송금 사건의 유죄 판단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 관련자들의 진술뿐 아니라 송금 내역과 금융 자료, 출입국 기록 등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이뤄진 만큼 단편적인 문건만으로 판결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 문건이 이미 재판 과정에서 언급되거나 증거 공방의 대상이 됐다면 신규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첩보성 보고나 전언이 담긴 자료라면 증명력도 엄격하게 평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심 청구가 향후 관련 재판과 대북송금 의혹을 둘러싼 여론전에 활용하려는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고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송금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8개월이 확정됐다. 지난 6월에는 이른바 '연어 술파티' 관련 위증 혐의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4개월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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