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와 만나 판 키운 다큐…‘범죄·수사’ 장르 쏠림으로 ‘위태’ [K-다큐의 현재②]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10.16 05:01  수정 2026.10.16 05:01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OTT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다큐 PD 얼마나 될까‥

공적 접근성 훼손 우려되기도”

지상파 편성표에서 다큐멘터리(이하 다큐)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광고가 붙지 않는 비인기 장르로, 외부에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작이 힘들어지고 있다. 그 자리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대신 차지했다.


그런데 뭔가 익숙한 맛이 느껴진다. 수십 년간 역량의 쌓은 지상파 시사교양 PD가 OTT로 활동 영역을 넓혔지만, 고민이 시작된다. 글로벌 OTT를 만난 K-다큐가 글로벌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비슷한 그림이 ‘반복’되는 것이다. 확장과 장르 편중 사이, 애매한 시도가 이어진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자유로운 표현 수위를 바탕으로 K-다큐의 판을 키웠다. MBC ‘PD수첩’ 출신 조성현 PD가 연출한‘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은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사교양 PD의 취재력과 거대 자본이 만나면, K-다큐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포스터ⓒ넷플릭스

이 상징적 사례는 ‘다큐의 장르 편중’의 현실을 보여준다. 글로벌 OTT 다큐의 상당수가 ‘범죄·수사' 장르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오리지널 다큐 중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나는 신이다’,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 등 대부분이 범죄물이며, 해외 최고 시청 기록을 세운 다큐 역시 ‘데이트 앱 사기: 당신을 노린다’, ‘타이거 킹: 무법지대’, ‘아메리칸 머더’ 등으로 범죄나 자극적인 스캔들을 다루는 데 편중됐다.


국내 OTT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웨이브의 범죄 수사 다큐 ‘국가수사본부’, 티빙의 오컬트 다큐 ‘샤먼: 귀신전’ 등이 주목을 받았지만, 이 역시 범죄 수사나 무속 신앙 등 대중성이 검증된 자극적 소재를 다큐 문법으로 풀어낸 작품이었다.


물론 EBS의 경제 다큐 ‘다큐프라임: 주식의 시대’가 넷플릭스로 공개되며 다시금 주목받거나, 과학과 서바이벌을 결합한 ‘최후의 인류’가 넷플릭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화제가 되는 등 긍정적 사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PD들은 이를 다큐 생태계 전반의 수혜로 보긴 어렵다고 말한다. 과거 지상파가 명맥을 이어왔던 ‘환경스페셜’, ‘역사스페셜’ 등 자연, 역사를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의 정통 다큐들이 설 자리는 OTT 시대에도 여전히 비어 있기 때문이다.


‘국가수사본부’ 속 추격전 장면ⓒ웨이브 영상 캡처

이러한 불균형은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OTT의 태생적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큐를 꾸준히 연출해 온 방송사 PD 이영철(가명) 씨는 “다큐를 만드는 PD 중에 OTT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PD가 얼마나 될까. 우선 플랫폼에 어울리는 콘텐츠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물론 플랫폼 간 협약을 맺고 콘텐츠를 선보이거나 개별 콘텐츠를 선보일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콘텐츠에 돌아오는 금액이 크지는 않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물론, 그것도 도움이 되며 큰 플랫폼에서 순위 안에 들어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다양성 면에서는 침해를 받는 게 될 수 있다. 또 독점 공개로 계약을 하게 될 경우 넷플릭스를 결제하지 않은 시청자는 해당 다큐를 볼 수 없게 돼 공적 접근성도 훼손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일부 창작자는 또 다른 플랫폼인 유튜브를 대안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100만 조회수를 훌쩍 넘긴 EBS ‘다큐프라임-인재전쟁'처럼 기존 명작들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화제몰이에 성공한 바 있으며, 유튜브 채널 ‘씨리얼’ 등 다큐 전문 채널을 운영하며 타깃 시청자를 겨냥하기도 한다.


다만 유튜브 역시 K-다큐를 구원할 수익 모델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다큐는 광고 판매에 취약하다”는 한계로 인해 기존 콘텐츠를 재활용하는 ‘아카이브’ 역할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결국 플랫폼은 다양해졌지만, 정작 다큐 주제의 스펙트럼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환경 또는 정치·사회 등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기 힘든 다큐들은 여전히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