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3일’ 10년 전 영상 화제되며 부활
EBS ‘최후의 인류’, 넷플릭스서 공개돼 화제
“간혹 흥행하기도 하지만 …어려워진 방송사들, 다큐 미래 밝지 않아”
“10년 뒤 안동역 앞에서 다시 만나자.”
2015년 방송된 한 다큐멘터리(이하 다큐)에서 VJ와 두 청춘이 무심코 한 약속이 10년이 흐른 2025년,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잘 짜인 대본도, 화려한 볼거리도 없었지만 우리네 이웃의 투박하고 낭만적인 서사에 시청자들의 호응이 이어진 것이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2022년 종영했던 KBS ‘다큐 3일’을 부활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화제가 된 해당 편의 주인공들을 다시 만난 특별판 ‘어바웃 타임: 10년 전으로의 여행’으로 예열을 마친 뒤, 지난해 정규 편성돼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다큐 3일’ 특별판 ‘어바웃 타임: 10년 전으로의 여행’ⓒKBS 영상 캡처
‘다큐 3일’의 복귀는 ‘자극’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 빠르게 휘발되는 1분 내외의 쇼츠 영상이 쏟아지는 시대, 역설적으로 다큐가 담아내는 ‘진짜’ 이야기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큐 3일’을 연출한 조나은 PD는 “대사가 멋있고 미장센이 뛰어난 프로그램도 많지만, 구도와 피사체를 통제하지 않은 진짜만이 주는 엄청난 힘이 있다”며 “자극적이고 화려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반대로 시청자들이 일상에서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다”고 시청자가 ‘다큐 3일’을 다시 찾은 이유를 분석했다.
다큐멘터리(documentary) 장르는 실존하는 사물이나 사건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다루는 영상매체를 말한다. 때로는 웃음을 주거나 예능적 요소를 갖추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 주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특성 탓에 예능프로그램보다 시청 연령대가 높고, 시청층의 폭도 좁다.
그런 다큐에 시청자의 관심이 다시 쏠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상이 쏟아지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쇼츠들, AI로 만든 가짜 영상까지 넘쳐나면서 대중은 오히려 ‘진짜’를 다루며 ‘맥락’을 이해시키는 긴 호흡의 다큐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은 다큐 시청 진입 장벽을 한층 낮췄다. 일부 전문 채널이나 EBS 등에서 봤던 과거 명품 다큐가 새로운 플랫폼과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EBS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최후의 인류’는 ‘오늘 대한민국의 톱 10 시리즈’ 상위권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지식채널e’, ‘다큐프라임’ 등 EBS가 과거 제작한 다큐들도 지난해부터 OTT를 통해 차례로 공개되고 있는데, 그중 명작으로 꼽히는 ‘다큐프라임: 주식의 시대’는 국내 순위 최고 6위를 기록하며 다큐 역시 역주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넷플릭스로 공개돼 톱10 진입한 ‘최후의 인류’ⓒEBS
넷플릭스서 역주행한 ‘다큐프라임: 주식의 시대’ⓒEBS
이 같은 현상은 깊은 통찰을 담은 웰메이드 다큐의 가치가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네팔 홍수 사태와 맞물려, 무려 12년 전 빙하 쓰나미의 위험성을 정확히 경고했던 EBS ‘하나뿐인 지구’가 재조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난의 참상을 전달하는 뉴스를 넘어, 사태의 구조적 모순을 짚어주는 다큐 특유의 깊이가 세월을 뛰어넘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나 다큐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다큐 시장 전반의 활기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그간 다큐 제작 역량을 쌓은 지상파 방송사들도 ‘어려운 현실’을 이유로 다큐를 외면하고 있다.
MBC의 대표 프로그램이었던 ‘MBC 스페셜’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정통 다큐는 물론 시트콤, VR 등 다양한 팩추얼 장르를 실험했던 ‘다큐플렉스’ 또한 2024년 방송을 마무리했다. 매주 방송되던 SBS의 ‘SBS스페셜’은 2020년 이후 비정기 편성으로 바뀌며 편수가 대폭 줄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지상파 3사의 다큐 편성 비율을 살펴보면, KBS 1TV가 19.8%로 유일하게 10%를 넘겼을 뿐 MBC는 9.9%, SBS는 5.9%에 불과했다.
전망은 더 어둡다. 다큐를 꾸준히 연출해 온 방송사 PD 김우진(가명) 씨는 “다큐는 편성을 한다고 해서 광고가 잘 팔리는 장르가 아니다. 간혹 특이한 포맷이 나와 흥행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땐 드문 사례”라며 한계를 짚었다. 이어 “과거 방송사들의 경영 사정이 좋았을 땐 다큐 영역에 투자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수신료를 받는 KBS나 EBS가 아니면 상업 방송사에서 다큐 편성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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