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일부 법사위원, 사법·수사기관 비위 수사 집중 구상…정치인 사건은 중수청·경찰로
대통령 임명 장관의 지휘·감독 구조…최고 권력자 수사 독립성 쟁점
국회의원이 스스로 수사 대상서 제외…입법 공정성 논란
법조계, 적용 유예·기소권 정비·인력 확충 제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데일리안 DB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을 제외하려는 여당 일부 의원들의 개편 구상을 놓고 권력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법·수사기관 비위 수사에 집중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최고 권력자에 대한 독립 수사 통로를 줄이면 정치적 외압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 대상인 국회의원이 자신을 제외하는 입법의 공정성도 쟁점이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기표·김남희·김동아·김한규·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수사·기소 분리 시대, 공수처 기능 전면 개편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대통령·국회의원 등 정치·행정 분야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경찰 등이 맡고,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찰 등 사법·수사기관 종사자의 비위 수사에 집중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김기표 의원 등은 대통령·국회의원을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경찰·중수청 수사관의 대상 직급을 확대하고 일반범죄까지 수사하도록 하는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독립 수사는 줄이고 사법·수사기관 종사자에 대한 감시는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추진 측은 제한된 인력과 예산, 수사기관 간 대상 중복 등을 개편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김기표 의원은 토론회에서 일반 행정 공무원에 대한 수사 부담을 분산하고, 사법시스템 공직자의 비위를 전담 통제하는 기관으로 수사 대상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최고 권력자를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수처의 수사권이 다른 기관의 수사를 배제하는 독점적 권한은 아닌 만큼, 대상을 줄인다고 다른 기관의 수사 권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통령·국회의원이 다른 기관의 수사나 처벌까지 면제받는 것은 아니지만, 공수처라는 독립 수사 통로가 축소되는 문제가 남는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지휘·감독 구조는 핵심 쟁점이다. 공수처법 제3조는 공수처의 독립적인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 공무원의 업무보고 요구나 지시 등 직무 관여를 금지한다. 반면 중수청법 제6조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데일리안DB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의 통제를 받는 기관이 대통령과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개편이 현실화된 뒤 행안부 산하 수사기관이 대통령이나 여당 유력 인사에 대한 수사를 소극적으로 처리할 경우, 독립 수사기관의 상시적 견제 기능이 약화돼 정치적 타협에 기반한 상설·개별 특검에 대한 의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에 대한 수사 범위를 직접 조정하는 문제도 짚었다. 그는 개정안 적용 시점을 차기 국회 이후로 유예하는 등의 조항을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자기 면책 목적이 아니라는 정당성을 다소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그는 "수사 대상자인 국회의원이 스스로를 수사망에서 빼는 입법은 필연적으로 이해충돌과 방탄 입법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적용 시점을 늦추더라도 입법 당사자가 자신의 견제 범위를 줄이는 데 따른 비판까지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공수처의 성과 부진을 개선하려면 수사 대상 축소에 앞서 조직과 기소권 구조를 보완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부진의 원인으로 정치인 수사보다는 "수사 인프라의 절대적 한계, 불완전한 기소권 분리 구조, 잦은 인력 유출"을 꼽았다.
현행법상 공수처의 직접 기소 대상은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중수청장 및 3급 이상 중수청 수사관 등으로 제한돼 있다. 대통령·국회의원의 고위공직자범죄는 공수처가 수사한 뒤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소속 검사에게 보내야 한다.
김 변호사는 이처럼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이 나뉘는 구조에서 '핑퐁 수사'와 책임 회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 기소 대상 범위를 수사 대상과 맞추거나, 기소 요구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사 인력의 안정성 확보도 과제로 꼽았다. 김 변호사는 "정원을 대폭 늘리고 임기 연장 및 신분 보장을 통해 준사법기관 수준의 안정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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