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산업 5년간 21만명 채용 예정
기업은 현장·학생은 사무실 선호
계약학과·현장실습 정규 과정으로
산학 공동 교육에 재정 집중 분배
11대 전략산업에 대한 인력수요와 공급, 학생선호 경북도 조사 결과 그래프. ⓒ경상북도
경북도가 지역대학의 인재양성 방식을 기업 수요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손본다.
대경권 전략산업에서 앞으로 5년간 21만명 넘는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업이 찾는 생산·연구 인력과 학생들이 원하는 사무직 사이에 뚜렷한 간극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도가 재정을 무기로 대학에 교육 혁신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AI·데이터 융합 6만5000여명…현장·연구 인력 동시 수요
도는 지난 4월부터 '지역기업 인력수요 및 중장기 채용 전망 분석'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첨단 로봇, 반도체, 전자·전기, 이차전지 등 전략산업을 대상으로 인력 수요·공급과 학생 선호를 분석했다. 조사에는 기업 118곳과 지역 대학 28곳, 학생 915명이 참여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 전략산업의 향후 5년간 채용 수요는 21만819명에 이른다.
산업별로는 인공지능·블록체인·데이터·정보통신기술 융합 산업이 6만529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래 이동 수단 5만1765명, 전자·전기 4만7409명 순이었다.
기업 채용 수요를 직무별로 보면 생산·기술직이 41.1%, 연구직이 24.2%였다. 기업이 선호하는 학력은 학사 60.8%, 전문학사 19.3% 순이었고, 전공은 기계·자동차·항공·로봇(27.8%)과 간호(25.8%) 등 공학·보건 계열에 몰렸다.
기업·대학·지자체 공동 인재 양성 실행 방안 ⓒ경상북도
인재 풀은 충분, 눈높이가 문제
인재 공급 여건 자체는 양호한 편이다. 28개 대학 재학생 15만5971명이 잠재 인재로 분류됐고, 이 중 62.5%인 9만7423명이 전략산업과 직접 연계된 전공 인력이었다. 졸업자 수도 2026년 3만2832명에서 2029년 4만1098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걸림돌은 직무 선호의 차이다. 학생들이 희망한 직무는 사무직 25.8%, 생산·기술직 21.7%, 연구직 14.8% 순이었다.
기업 수요가 가장 많은 생산·기술직은 학생 선호와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고, 연구직도 10%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인력이 모자라기보다 기업과 청년이 바라보는 일자리가 서로 다르다는 '구조적 불일치'가 근본 원인이라는 얘기다.
희망적인 대목도 있다. 취업 희망 지역 1순위로 경북을 꼽은 학생이 55.7%로 과반을 차지했고, 수도권 23.7%, 대구 12.2%가 뒤를 이었다. 대구까지 더하면 10명 중 7명 가까이가 대구·경북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4명 중 1명꼴로 수도권을 택한 만큼, 일자리의 질과 정주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청년 유출은 언제든 가속화할 수 있다.
기업이 교육과정 함께 설계…정규 과정으로 제도화
도는 지역대학의 전략산업 연계 인재를 기업 수요에 맞게 전환하려면 직무·역량 중심 교육과 청년의 지역 정착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기업 수요 조사부터 대학 교육, 공동 실습, 기업 채용, 지자체 정착 지원까지 하나로 잇는 기업·대학·지자체 공동 인재양성 체계를 마련한다. 기업을 인력을 받아 쓰기만 하는 수요자가 아니라 인재양성 과정을 함께 짜는 공동 설계자로 참여시킨다는 취지다.
계약학과와 교육과정 공동 설계, 공동 연구 프로젝트, 인턴십·현장실습 등 기업 참여형 교육은 정규 교육과정으로 제도화한다. 앵커사업 재정도 기업과 대학이 함께하는 교육·연구에 우선 배정한다.
도는 대학별 강점 분야에 지원을 몰아주고, 잘게 나뉜 작은 사업들은 통합해 힘을 싣기로 했다.
그동안 제각각 추진되던 대학 지원사업도 '경북혁신대학'을 중심으로 한데 엮어, 첨단산업 인재를 한 흐름 속에서 길러내겠다는 계획이다.
도는 대학·기업 중심의 인재양성과 취업 지원에 청년 성장과 지역 정착 지원을 더해 ‘G(GROW)-인재 밸리 경북'을 구축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다만 대구를 취업지로 희망한 학생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인재 정책 역시 대구·경북을 하나의 일자리권으로 묶는 광역 단위 설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이철우 도지사는 "앞으로 대학은 기업 현장의 인력 수요를 중심으로 교육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경북도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에 재정을 적극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인재가 지역기업 등 산업 현장에 매칭될 수 있도록 기업 수요와 연계한 대학 인재양성에 정책 자원을 집중하겠다"며 "지역대학 인재가 지역기업으로 연결되고 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경북에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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