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보 459건에도 이첩 '0건'…전산·인력 공백 여전
김지용 인청 앞두고 수장 검증 정쟁화…임은정 감찰 착수
'1호 수사'보다 '1호 감찰' 먼저…수사 정상화는 언제쯤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연합뉴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여전히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사건 처리에 필요한 전산망과 인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초대 청장 후보자의 적격성을 둘러싼 갈등까지 격화하면서 조직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법조계 및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경찰청이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중수청에 통보한 사건은 459건이다. 그러나 8일 기준 실제 중수청으로 이첩되거나 중수청이 이첩을 요구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사건 통보가 곧바로 이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중수청 출범 이후 실질적인 사건 이관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중수청에 직접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도 본격적인 수사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 지난 7일 기준 전국 중수청에 접수된 사건은 82건으로 집계됐으나 11일까지 사건 배당과 서류 검토 등 수사 착수를 준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완성된 전산 시스템과 행정 기반이 꼽힌다. 중수청은 기존 경찰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개편해 사용하고 있지만 현재는 사건 이첩 수신과 접수·배당 등 일부 기능만 이용할 수 있다. 본격적인 사건 처리에 필요한 기능은 오는 12월 초 2단계 개통을 통해 보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건 기록 관리와 보고·결재 등 상당수 업무가 수기로 이뤄지고 있다. 출입국 기록을 전산으로 직접 조회하지 못해 법무부에 공문으로 확인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중수청 명의의 지출 계좌가 마련되지 않아 물품 구매 등 기본적인 행정 업무에도 불편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과 시설도 정상적인 수사 업무를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한 상태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 가운데 1900명(66.1%)을 확보한 채 지난 2일 출범했다. 본청 과장급 24자리 중 16자리가 비어 있고 서울지방중수청도 25개 과 가운데 11개 과장 자리가 공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무실에는 업무용 컴퓨터가 지급되지 않았으며 청사 공사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임은정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와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향후 경력경쟁채용과 내년도 신규채용을 통해 단계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수청 역시 제한된 전산 환경에서도 사건 접수와 배당 등 업무는 가능하며 시스템 구축과 인력 충원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초대 청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은 중수청 내부 감찰로까지 번졌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는 오는 14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후보자의 적격성을 놓고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중수청은 청장이 임명되지 않아 전종민 차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김 후보자를 공개 비판해 온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은 중수청 출범 이후 첫 감찰 대상이 됐다. 중수청은 이날 오후 2시25분께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감찰 지시 공문을 접수하고 허성환 감찰담당관에게 즉시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임 청장이 직위를 이용해 정치적 행위를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임 청장의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및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가 감찰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장관은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대통령과 국회가 담당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의 과거 검찰 재직 시절 행적 등을 둘러싼 논란도 청문회를 앞두고 재평가된다. 김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정진웅 검사 독직폭행 사건의 기소에 반대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식 서면 이의제기 기록은 남기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중수청은 출범 초기부터 수사 기반 구축과 조직 안정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사건 접수와 배당을 넘어 실제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한 전산·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초대 수장에 대한 검증과 내부 갈등까지 겹치면서 조직 정상화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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