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O·워터홀컴퍼니 공동 사업 본격화…‘마더 메리’ 등 2027년 상반기 라인업 공개
A24 초기작 같은 새로운 색깔 주목…‘내 곁에 있어줘’·‘재앙 재’도 출격
김태호 PD가 이끄는 콘텐츠 제작사 테오(TEO)가 워터홀컴퍼니와 손잡고 영화 배급 시장에 뛰어들어 저마다의 취향을 겨냥한 영화로 극장 관객과의 접점을 넓힌다.
7일 오후 부산 기장군 기장읍 동부산관광로에서 테오와 워터홀컴퍼니의 공동 사업 및 향후 라인업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태호 테오 대표와 주현 워터홀컴퍼니 대표가 참석해 양사의 파트너십과 영화 배급 사업 방향을 밝혔다.
주현 대표 김태호ⓒTEO, 워터홀컴퍼니(주)
◆ 취향과 다양성에 집중…김태호 PD가 영화 배급에 뛰어든 이유
독창적인 예능과 글로벌 콘텐츠를 제작해온 테오는 수입 영화를 중심으로 배급해온 워터홀컴퍼니와 손잡고 영화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두 회사는 영화 선정부터 마케팅까지 함께하며 기존에 만나지 못했던 관객층과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이번 협업은 침체된 극장 시장에서 새로운 관객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주현 대표는 “최근 회복세를 기대할 만한 좋은 영화들이 나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극장 산업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며 “기존에 해오던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다가가지 못했던 채널에 있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테오와 접점을 찾았다. 주 대표는 “김태호 PD를 가장 뛰어난 크리에이터이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해왔고 함께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며 “마침 테오 역시 콘텐츠에 대한 정의와 확장을 고민하던 시기에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만들어진 영화에 우리의 취향을 입히고 테오와 워터홀컴퍼니의 이름으로 관객에게 전한다면 기존에 닿지 못했던 새로운 소비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양사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다양성과 취향이다. 하나의 장르나 방향으로 라인업을 묶기보다 각각의 작품을 좋아할 관객을 찾아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김태호 대표는 “영화를 선정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다양성이었다. 하나의 장르나 방향을 정하기보다 ‘이런 것도 충분히 공감할 분들이 있지 않을까’, ‘취향으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큰 그룹의 대중이 아니라 각각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모아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언뜻 보면 공통점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충분히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눌 만한 작품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양사는 올가을부터 2027년 상반기까지 극장에서 선보일 라인업도 공개했다. 이미 개봉한 A24의 ‘더 드라마’를 비롯해 ‘마더 메리’, 일본 애니메이션 ‘내 곁에 있어줘’,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재앙 재’가 이름을 올렸다.
‘재앙 재’는 영화 ‘8번 출구’의 시나리오 작가가 연출한 극장용 작품이다. 주 대표는 “일본의 창작집단 오월에서 만든 영화로, 현재 저희가 주목하고 있는 일본 실사영화 크리에이터 그룹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김태호 대표는 직접 영화 배급을 경험하면서 기존 콘텐츠 제작과 닮은 듯 다른 과정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콘텐츠를 제작해 플랫폼에 맡기면 그다음부터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영화는 한 분 한 분이 귀중한 시간을 내 극장을 찾아오고 영화를 본 뒤 느끼는 시간까지 함께 고민해야 했다”며 “제작자보다 관객의 입장에서 ‘내가 느낀 감정을 어떻게 하면 더 공감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서비스와 마케팅을 훨씬 많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는 그동안 관객으로 즐겨왔는데 이 자리에 앉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힘들다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며 “새로운 환경에서 배우는 과정을 좋아하는데 낯선 것에서 익숙함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돌아봤다.
주현 대표는 변화한 콘텐츠 소비 방식 속에서 극장 배급이 가진 고민을 짚었다. 그는 “지금은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구독 방식으로 바뀌었다. 콘텐츠도 내가 편한 시간에 한 번의 결제로 원하는 만큼 보는 것이 익숙해졌다”며 “시간을 내고 물리적으로 이동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방식이 어떻게 보면 그 흐름에 역행하는데, 기존의 접근과 마케팅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테오와 워터홀컴퍼니가 각각 확보한 관객층을 연결하는 것도 이번 협업의 목표다. 주현 대표는 “테오 콘텐츠를 좋아하는 시청자가 있고 저희가 배급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도 있다”며 “각자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영화와 마케팅을 통해 어떻게 극장으로 데려올 수 있을지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더 드라마’를 배급하면서 가능성도 확인했다. 주 대표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는 것이 꽤 재미있고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보는 것도 좋다는 반응이 있었다”며 “다수가 아니라 소수라고 해도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이 이런 것이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더메리' 스틸 ⓒTEO, 워터홀컴퍼니(주)
◆ A24 ‘마더 메리’ 선택…“취향이 쌓이면 브랜드가 된다”
양사가 다음으로 선보이는 주요 작품은 11월 11일 개봉하는 A24의 팝 뮤직 스릴러 ‘마더 메리’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컴백 무대를 앞둔 팝 아이콘 마더 메리(앤 해서웨이 분)가 자신을 완성할 단 한 벌의 드레스를 위해 오래전 떠난 친구이자 디자이너 샘 안셀름(미카엘라 코엘 분)을 찾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이 연출하고 앤 해서웨이와 미카엘라 코엘이 주연을 맡았다. 잭 안토노프와 찰리 XCX가 음악에 참여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섹션에 초청됐으며 이날 현장에서는 약 10분 분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됐다.
김태호 대표는 작품을 처음 본 당시 “A24가 보증하는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 특유의 실험성과 영상미에 끌렸다”며 “앤 해서웨이와 미카엘라 코엘 두 배우가 영화의 상당 부분을 대화만으로 이끌어가는데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앤 해서웨이의 변신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다. 그는 “큰 무대에서 마더 메리가 노래와 퍼포먼스로 관객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실제로 오랫동안 슈퍼스타였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며 “미카엘라 코엘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도 긴장감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음악에 대해서는 “잭 안토노프와 찰리 XCX가 참여한 음악은 영화를 보고 난 뒤 다시 찾아보고 싶게 만들었다”며 “한 곡 한 곡이 거의 타이틀곡처럼 느껴질 만큼 매력적이었다. 상처와 용서, 화해를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마더 메리’는 테오와 워터홀컴퍼니가 앞으로 A24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보여준다. 주현 대표는 “A24는 더 이상 독립 스튜디오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메인 플레이어로 성장했고 이제 작품마다 글로벌 흥행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오기도 한다”며 “저희는 오히려 A24가 초기에 보여줬던 색깔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문라이트’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을 예로 들며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취향을 전했던 그 색깔을 보고 싶다”며 “다른 회사들과 대중적인 작품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A24의 다양한 라인업 가운데 놓칠 수 있는 작품, 한국 관객에게 소개할 수 있는 영화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우리의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마더 메리’ 역시 같은 기준에서 선택했다. 주 대표는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은 상업적인 성향의 감독은 아니지만 앤 해서웨이라는 글로벌 아이콘이 이런 실험적인 영화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작품 한 편의 흥행을 넘어선 ‘취향의 브랜드’다. 주현 대표는 “숨겨져 있는 영화, 누군가는 소개하기 어렵거나 상업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을 우리가 선택하고 하나씩 포트폴리오와 라이브러리로 쌓아가고 싶다”며 “그렇게 쌓은 취향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그 브랜드가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작품을 고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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