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반환 늦어 새집 계약금 날렸다면…法 "집주인이 배상"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10.07 13:37  수정 2026.10.0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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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만료 전 새집 잔금 마련 어려움 알렸지만 보증금 반환 안돼

1심은 계약금 손실 배상 청구 기각…항소심서 판단 뒤집혀

법원 "보증금 받아야 반환한다는 관행, 임대인 책임 면할 사유 안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세입자가 새로 계약한 주택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계약금까지 잃었다면 집주인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민사4-3부(이평근 부장판사)는 A씨가 집주인 B씨를 상대로 낸 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15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씨는 2022년 9월 경기 고양시의 한 다가구주택을 보증금 1억6000만원에 2년간 임차했다. 이후 계약기간 종료를 앞둔 2024년 7월 B씨에게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A씨는 같은 해 8월 보증금 2억2000만원에 다른 주택을 임차하기로 하고 계약금 22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B씨에게 새 주택을 계약한 사실을 알리면서 기존 전세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으면 잔금을 지급할 수 없어 계약금을 잃게 될 수 있다며 보증금 반환을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들며 보증금 반환을 미뤘다.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날에도 B씨는 새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받아야 기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는 취지로 A씨에게 설명했다.


결국 B씨는 계약 종료일까지 1억6000만원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 A씨는 새 주택의 잔금을 치르지 못했고, 해당 계약도 해제됐다. 지급했던 계약금 2200만원 가운데 700만원만 돌려받으면서 최종적으로 15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미반환 보증금과 함께 새 주택 계약금을 잃은 데 따른 손해도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보증금 반환 청구는 받아들였지만 새 주택 계약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에서는 결론이 달라졌다. 재판부는 주택 임대차의 특성상 기존 임대차의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면 새로운 주택을 계약하면서 지급한 계약금을 잃는 등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임대인이 재임대 등 자신의 사정을 이유로 계약 종료 시점까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면 단순히 반환 시기를 조정한 것이 아니라 이행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새로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받아야 기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다는 사정을 이유로 임대인의 반환 의무가 발생하지 않거나 그 시기가 연기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러한 방식이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민법 제393조 제2항은 채무자가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 이른바 특별손해까지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가 새 주택을 계약하면서 계약금을 지급했고 기존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을 경우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금을 잃을 수 있다는 사정을 B씨가 알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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