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언급했지만 "진상 따라 필요한 조치"…北 직접 지목 피해
조사 완료 전 대응 방안 언급 자제…'음모론' 공세엔 선 그어
野 "북한엔 한마디 없이 야당만 공격"…최종 조사 결과 '분수령'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지만 북한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같은 날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군 지뢰가 확실하다고 밝히면서 군과 대통령 메시지 사이의 온도차가 두드러졌다. 청와대는 진상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대응 수위를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지뢰 사고로 3명의 장병이 큰 부상을 입었다"며 "군 당국은 유엔사와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진상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21일 사고 발생 이후 첫 공개 언급이다.
비슷한 시각 국회에서는 북한 소행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 나왔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군 지뢰가 확실하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다"며 "책임이 북한에게 있기 때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떠내려온 지뢰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북한'이라는 단어 대신 야권을 향한 경고가 담겼다. 그는 "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특히 이번 사안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음모론을 부추기면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이날 공지를 통해 "군의 현장조사는 대통령의 유엔연설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합참과 유엔사가 현장지휘관들의 건의를 고려해 순전히 군사적 판단에 의해 계획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응 수위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지뢰 사고 진상조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대응 수위나 방안을 말씀드리기는 현 상태에서 어렵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음모론'이 무엇을 가리키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 예시를 들어 말씀하신 것은 아니다"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그에 따른 추측을 자제해 달라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최종 판정 전 섣불리 북한을 지목하지 않고 사실관계 확인을 우선하겠다는 기조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을 밝힌 직후인데다 주무 장관이 북한 소행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대응 수위를 정하는 일은 부담으로 남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는 엇갈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군 당국 조사 결과가 나오고 유엔사와 협의해 종합 보고를 받은 뒤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는 게 순서"라며 "안보 문제에서 대통령이 먼저 발표했다가 다른 변수가 생기면 굉장히 우습게 된다. 보수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군이 북한 지뢰가 유력하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북한을 거론하지 않은 채 얘기하는 것 자체가 군색해 보였다"며 "왜 엿새 만에 조사했는지, 그동안 어떤 안전 조치를 취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지 이를 음모론으로 몰아붙이는 건 논점 이탈"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최종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이 이번 사안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의 의도적 매설로 최종 판정될 경우 청와대가 어떤 수위의 대북 조치를 내놓을지를 두고 파장이 불가피하다. 주무 장관이 이미 북한 소행을 공식화한 만큼, 최종 결과 이후에도 원론적 대응에 머물 경우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국방부 장관이 북한 소행을 공식화하면서 야당은 대통령 책임론을 앞세워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발언이 북한이 아닌 야당을 겨냥했다고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인천 백령도 해병대 6여단을 찾은 자리에서 "늦어도 한참 늦었다"며 "북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국민의 분노와 불안을 달랠 말도 단 한 줄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누구에게, 어떤 조치를, 북한이 아니라 야당에게? 이미 진상은 다 드러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이 대통령과 민주당, 존재 자체로 우리 안보의 위협"이라고 했다.
여야 공방이 격해지는 가운데 청와대가 최종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민 앞에 경위와 대응 방향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병 평론가는 "좀 지체된 것은 맞다"면서도 "대통령이 앞으로 관련 보고를 받고 나면 국민 앞에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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