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家 공익재단 결산 해부③] 공익에 쓸 돈 12억 모자랐는데…금융자산엔 11억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6.09.21 11:21  수정 2026.09.2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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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운용소득 19억1630만원 중 공익사업 사용은 2억9987만원

같은 기간 증권사 통한 금융자산 매입 11억5273만원…장학금·행사비는 7125만원

검찰, 지난 8월 재단 압수수색…출연금 152억 출처·흐름 추적

노태우 300억원 비자금 재점화 과정 ⓒ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한중 교류를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가 공익사업에 써야 할 법정 의무 금액 15억여 원 가운데 12억여 원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재단이 직접 공익사업에 집행한 금액은 약 3억 원에 그친 반면, 증권사를 통한 금융자산 매입에는 11억여 원을 투입했다. 공익법인에 부여되는 세제 혜택의 취지와 달리, 179억 원대 자산을 운용하며 본래 목적사업보다 금융자산 증식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재단의 2025년 결산서류를 보면, 2024년 운용소득 19억1630만원 중 공익사업에 의무적으로 써야 할 기준액(80%)은 15억3304만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공익사업 지출 신고액은 2억9987만원에 불과해, 기준 금액의 80.4%인 12억3316만원이 미달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출연재산을 수익용으로 운용해 얻은 소득의 80% 이상을 소득이 발생한 사업연도가 끝난 뒤 1년 안에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세법상 산식에 따른 기준미달사용액의 10%가 가산세로 부과된다. 출연재산을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빼주는 대신 자산을 쌓아두지 말고 공익에 쓰도록 한 장치다.


다만 이 12억3316만원이 곧바로 최종 가산세 부과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 서식 작성법은 해당 사업연도와 직전 4개 사업연도의 평균을 함께 계산하고, 두 기준이 모두 미달이면 부족액이 작은 쪽을 기준미달사용액으로 적도록 한다.


재단이 신고한 5년 평균 사용기준액은 3억660만원, 사용실적은 5997만원으로 5년 평균 부족액은 2억4663만원이다. 재단이 적어낸 숫자를 그대로 적용하면 기준미달사용액은 2억4663만원, 가산세는 약 2466만원이 된다.


결국 가산세 부과 여부와 금액은 운용소득의 구성과 직전 4개 연도 사용실적, 재산의 세법상 성격을 확인한 뒤 과세당국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 하나증권 금융자산 취득에 11억5273만원…장학금·행사비는 7125만원


반면 재단은 같은 기간 증권사를 통한 금융자산 매입에 11억5273만원을 썼다고 공시했다. 운용소득의 60%가 넘는 돈이다. 장학금과 행사비 지출은 7125만원이었다. 2025년 말 총자산 179억5911만원의 0.4%에 그친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단의 자산 대비 공익지출이 0.3%에 불과하다"며 재단이 편법 상속 수단으로 악용된 정황을 지적한 바 있다.


자산 구성도 공익법인보다 투자회사에 가깝다. 2025년 말 단기투자자산은 98억6416만원으로 전체 자산의 55%에 이른다. 2024년 말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주식 20억1649만원어치를 들고 있었다. 같은 해 삼성전자 3563주와 LG화학 562주, 알파벳 2200주는 팔았다. 2021년 결산서류에는 와인(1014만9700원)과 미술품(1700만6600원)을 사는 데 재단 자금을 쓴 기록도 남아 있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2012년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5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이후 부인 김옥숙 여사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147억원을 추가 출연했고, 아들 노재헌 주중대사가 2020년부터 이사장을 맡다 2025년 대사 부임을 계기로 물러났다. 사실상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설립과 재원, 운영을 독점해 온 셈이다. 문제는 자금의 출처다. 뚜렷한 경제활동 이력이 없는 김 여사가 147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내놓자, 재단이 일가의 ‘은닉 비자금 창구’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재단을 고발한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 역시 이 출연금의 출처가 노 전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일 가능성을 강하게 지목해 왔다.


사진은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연합뉴스
◆ 총자산 179억원·단기투자자산 99억원…검찰, 김옥숙 출연금 흐름 수사


검찰이 지난달 21일 김 여사 측에 자금 출처 소명을 요구하는 한편 연희동 자택과 재단, 전직 비서관 자택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을 단행한 이유다. 수사는 빠르게 핵심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혼소송 과정에서 ‘김옥숙 메모’를 공개한 노소영 관장에게도 참고인 소환을 통보하고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 전환이라는 초유의 조직 개편을 앞둔 시점에 검찰이 전격 강제수사에 나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 빠른 시간 내에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행보로, 이르면 연내 사건을 기소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조직 개편을 앞둔 시점에 전격적인 강제수사에 나섰다는 것은 이미 계좌 추적과 세무자료 분석을 통해 법원에서 다퉈볼 만한 수준으로 혐의 입증 자료가 완성됐음을 의미한다"며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닌 실제 기소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분석했다.


수사 국면에서 국회를 통과한 '독립몰수제' 역시 검찰의 강력한 무기로 떠올랐다. 독립몰수제는 피의자 본인의 사망이나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헌정질서 파괴범죄 등에 터 잡은 범죄수익을 소급하여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안이다. 검찰이 관련자 처벌을 넘어 은닉 비자금의 실질적인 국고 환수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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