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용 농구-배구, 어느쪽이 더 막장?
프로화 이후 수준하락, 세대교체 실패
앞으로 남자농구와 배구를 두고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는 표현은 삼가는 것이 좋을 듯싶다.
농구와 배구는 명색이 ‘프로화’가 된 이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집안에서는 편안하게 호의호식하지만, 정작 집밖(국제대회)에만 나가면 힘 한번 못써보고 깨지는 ‘동네북’인 것이 현실이다. 덧붙여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면서도 반성도 없고 대책도 없다는 것까지 닮은꼴이다.
남자농구는 최근 중국 텐진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인 7위에 그쳤다. 1960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한국이 4강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5년 카타르 도하 대회 4위→2006년 도하 AG 5위에 이어 또 한 번 치욕적인 ‘국제대회 잔혹사’를 업데이트했다. 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한국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탈 아시아권의 세계무대 본선에 올라보지 못하고 있다.
올해 농구대표팀은 프로 최정예 멤버들로 구성됐지만, 실상은 출범 단계부터 부상선수들이 속출하며 애를 먹었다. KBL와 KBA의 고질적인 힘겨루기가 불러온 농구계의 분열은 대표팀 운영까지 몇 년째 파행으로 이어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자연히 체계적인 대회 준비나 상대팀과 대한 전력분석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배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농구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본선진출에 실패했던 남자배구는, 7월 열린 2009 월드리그 국제배구대회 대륙간 라운드에서도 14위(3승9패)에 그친데 이어, 최근 일본에서 열린 2010 세계배구선수권대회 아시아예선에서도 본선 진출에 실패, 국제대회 수난사를 이어갔다. 지난 1974년 멕시코 대회 이후 무려 35년 만의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다.
특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일본에 또다시 0-3 완패한 것은 충격이 컸다. 한국배구는 2007년 아시아선수권 이후 일본과의 A매치에서 4연패에 빠져있다.
권영민, 임시형 등 대표팀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공백이나 훈련 부족으로 인한 조직력 난조만으로 모든 것을 해명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배구계 인사들은 이번 대회 결과를 ‘올 것이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강호’를 자부하던 한국 남자농구와 배구의 몰락은 여러 가지 면에서 흡사한 부분들이 많다.
첫째 프로화 이후, 자국리그의 외형적 성장에만 안주하며 사실상 국제적인 흐름에서 동떨어졌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외국인선수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한 국내 선수들의 자생력 약화, 아시아 스포츠의 상향평준화, 국제무대에서 아마추어 룰에 대한 적응 실패, 그리고 스포츠 외교력의 부재 등을 꼽을 수 있다.
둘째, 프로와 아마로 각각 이원화된 집행부간의 고질적인 ‘집단 이기주의’는 반목과 분열을 부채질했다. 주먹구구식이고 근시안적인 대표팀 운영으로 인해 태극마크에 대한 동기부여 약화와 세대교체 실패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단순하게 ‘선수들이 못하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냉정히 말해 한국농구와 배구(여자농구 제외)는 아직도 세계수준과 거리가 멀다. 이제는 아시아 무대에서도 2류에 지나지 않는 우물 안 개구리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망신을 거듭할 때마다 ‘선수 탓’으로만 모든 책임을 돌리기에는 충분치 않은 구석이 있다. 어째서 프로화 이후 한국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이 더 떨어졌는지, 왜 선수들이 대표팀을 기피하려고 하는지, ‘환경’을 먼저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정작 문제는 긴 안목에서 미래를 앞서 내다보지 못하고, 잘못을 저질러도 반성하거나 고치려는 노력이 부족한 ‘어른’들의 잘못이다.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하니 한국농구와 배구는 제자리걸음 밖에 할 수 없다.
이미 농구와 배구는 국제대회 참패 이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농구는 지난 ‘텐진 참사’ 이후 전임감독제와 상비군 체제의 부활이 화두로 떠올랐으며, 이 기회에 KBL와 KBA간 대표팀 운영에 관한 권한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배구 역시 현 집행부의 사퇴와 함께 향후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의 통합을 주장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농구계와 배구계 모두 여전히 근본적인 개선책 보다는 서로 ‘네 탓’을 지적하며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텐진 참사가 엊그제 같건만, 농구계에서 발전적인 논의는 실종된 채 각 프로구단은 벌써 다음 시즌 준비에 분주하다. 배구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패보다 더 두려운 것은 정작 이들이 과거의 시행착오에서 얻는 학습효과가 전무하다는 점이 아닐지 되짚어 볼만하다.
농구계와 배구계 모두 이번 국제대회에서의 참패를 단지 우연한 실패로 치부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잠시 지나가는 국제대회 성적이 어떻든 간에 프로는 잘 돌아가고 있고 내 팀의 성적과 흥행만 잘되면 만사형통이라는 안이한 생각이야말로, 바로 한국농구와 배구를 지금처럼 안방에서나 통하는 ‘동네농구’ ‘동네배구’로 퇴행시킨 주범이기 때문이다.[데일리안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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