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묵직해진' 로스트아크, MMORPG 레드오션 생존 전략

박상준 기자 (psj96@dailian.co.kr)

입력 2026.08.18 14:15  수정 2026.08.18 14:27

중하위권 유저 친화적 업데이트로 반복 플레이·진입 부담 낮춰

'액션 레이드' 정체성은 유지…난이도 세분화로 이용자 선택지 넓힌다

로스트아크 신규 레이드 '죽음의 계율자, 벨가르딘'ⓒ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의 대표 MMORPG '로스트아크'가 게임의 무게를 덜어내고 있다. 고난도 레이드와 액션성을 걷어내고 AI와 자동사냥 모드를 추가하는 식의 전면적인 'MMOLite'화는 아니다. 상위 이용자에게는 기존의 도전적 난이도를 남겨두면서 신규·복귀 이용자와 상위권 이용자가 공생할 수 있도록 성장과 레이드의 진입 하한을 낮추는 방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로스트아크는 최근 최상위 콘텐츠 '죽음의 계율자, 벨가르딘' 업데이트 이후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각종 시스템 난이도 완화 패치를 거듭한 데 이어,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향후 엔드 콘텐츠가 나아갈 방향성까지 확립했다는 평가다.


변화는 캐릭터 육성 방식부터 시작됐다. 로스트아크는 지난해 6월 '캐릭터 귀속 골드'를 도입해 일부 엔드 콘텐츠에서 얻는 골드의 일정 부분을 해당 캐릭터 성장에만 쓸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재련과 장비 제작 등 성장에 골드를 사용하면 쌓이고 다른 이용자에게 골드를 보낼 때 차감되는 '신뢰도' 시스템을 추가했다. 여러 캐릭터(배럭)를 돌려 거래 가능한 골드를 생산·이전하는 플레이보다 캐릭터 성장에 골드를 쓰도록 유도한 조치다. 그간 반 강제로 자리잡은 다배럭 플레이를 선택의 영역으로 옮기면서 이용자의 부담도 완화했다.


첫 그림자 레이드 '고통의 마녀, 세르카'ⓒ스마일게이트

올해 들어서는 레이드 자체의 문턱을 조정하고 있다. 1월 출시한 첫 그림자 레이드 '고통의 마녀, 세르카'는 노말·하드·나이트메어 3개 난이도로 나눠 숙련도에 따라 선택하도록 했다. 관문 저장 시스템도 적용했다. 6월에는 세르카에 1인 입장 또는 매칭으로 도전할 수 있는 '매칭 모드'를 추가했다. 기존 난이도보다 진입 부담을 낮춰 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모드다. 카제로스 레이드 4막과 종막에도 싱글 모드가 확대됐다.


이달 추가된 두 번째 그림자 레이드 '죽음의 계율자, 벨가르딘'도 같은 기조를 잇는다. 8인 레이드인 벨가르딘은 노말·하드·나이트메어 세 단계로 나뉜다. 일반 이용자가 도전할 난도를 열어두는 동시에 나이트메어에서는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고, '홀딩 저스트 가드' 같은 새로운 액션 요소도 추가했다. 레이드를 일률적으로 쉽게 만드는 대신 이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도전 수준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공격대 단위로 공유하는 부활 기능을 추가해, 컨트롤 실수에 따른 위험부담도 완화한 점이 호평 받는다.


'아만' 서버에서 '워로드' 캐릭터로 엔드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는 유저 A씨는 "로스트아크는 높은 완성도와 고난이도를 자랑하는 레이드가 핵심 재미인데, 문제는 너무 높은 난이도가 이어지면서 중하위권 유저들은 부담을 느끼는 상황도 많았다"며 "최근의 패치들은 레이드 난이도 세분화로 레이드 자체의 재미는 유지한 채 하방(중하위권 유저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향이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여름 신캐릭터 '차원술사' 출시와 벨가르딘 업데이트 이후 길드에 뉴비(신규 이용자)가 가입하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7월 출시된 신캐릭터 '차원술사'ⓒ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신규·복귀 이용자를 고려해 레이드와 육성 난이도를 시기에 맞춰 조정하고 있다"며 "세르카와 벨가르딘 등 최종 콘텐츠 역시 난이도를 세부 조정하면서도 기존 액션의 재미를 함께 가져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MMORPG 시장의 경쟁 양상 변화와도 연계된다. 스마일게이트가 오는 9월 출시를 앞둔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은 시간과 과금, 스트레스 부담을 낮춘 MMOLite를 전면에 내세웠다. 8월 출시되는 컴투스의 신작 '제우스: 오만의 신'도 이용자가 접속하지 않은 동안 반복 플레이를 대신하는 AI 모드를 주요 편의 기능으로 내걸었다. 장시간 접속과 반복 플레이를 당연시했던 MMORPG에서 이용자의 시간 부담을 줄이는 것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로스트아크는 게임 자체를 가볍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액션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겨울에는 스토리 '알데바란의 바다'를 비롯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런 전략이 대형 콘텐츠 내에서도 꾸준히 유지될 수 있을지 관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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