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역설] ‘이주비’ 나몰라라 하더니…민원 터지자 ‘잔금’ 푼다는 당국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7.30 07:04  수정 2026.07.30 07:04

당국, 은행권 집단대출 총량 제외 논의

이주비·중도금 대출 완화 요구 ‘무응답’

대통령 한마디에 대응책 마련 착수

“집단대출 모두 풀어야 주택공급 숨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잔금대출이 막혀 곤란해진 경기 수원 소재 신축 단지 입주예정자가 참석해 대출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뉴시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 전 계약이 확정된 입주예정자에 대해선 잔금대출을 풀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최근 열린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가계대출 억제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실수요자들의 거센 반발과 대통령 한마디에 예외 적용으로 노선을 틀었다.


그간 부동산시장 공급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셌지만, 결국 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서야 땜질식 처방에 나서는 셈이다.


3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경기 수원시 소재 ‘매교역 팰루시드’ 입주예정자들이 다음 달 입주 개시에도 불구하고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곳 입주예정자는 “2년 전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았는데 최근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른 은행별 대출 한도로 인해 잔금대출을 아예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미 확정된 계약을 믿고 진행했는데 사후에 정책을 변경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며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주문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후 27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토론회에서 관련 문제를 언급하며 “은행권과 신속하게 협의해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금융위는 다음날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5대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을 긴급 소집해 잔금 및 집단대출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주택공급의 시발점이 되는 이주비·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 요구에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다.


지난해부터 서울시가 도심 내 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단지의 이주비 대출 한도를 예외로 풀어달라고 지속 요구했을 때도 “검토하는 바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가계대출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풀어버리면 정책 일관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대출 수요를 자극해 집값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단 우려에서다.


하지만 국민 대토론회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관련 민원이 제기되고, 대통령까지 문제 해결을 주문하자 곧장 해결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이다.


시장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각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대통령 말 한마디에 모든 게 결정되는 게 웃프다(웃기고 슬프다)”, “정책이 원칙도, 일관성도 없어 시장만 엉망진창 난장판이 됐다”, “이럴 땐 되고 저럴 땐 안 되고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니 부작용만 생긴다”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 금융 소비자들의 숨통을 틀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질적인 주택공급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통상 재개발·재건축은 이주비 대출로 기존 주민들이 이주하고, 중도금 대출을 받아 집을 지어올린 뒤, 잔금대출로 입주까지 마무리하는 단계로 사업이 진행된다.


사슬처럼 연결된 대출 고리 중 어느 하나라도 끊기면 속도감 있는 주택공급 확대는 이뤄지기 힘들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은 늘리고 싶은데 거시적으로 가계대출은 줄여야 하니 정책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 불만이 거듭될 때마다 예외 규정을 마련하면 결국 총량 관리는 유명무실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국은 실수요자에 대한 핀셋 지원에 나선다지만, 실수요를 명확하게 걸러낼 기준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며 “자금 조달 여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또다시 시장 체감도가 떨어지는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가 정말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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