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신궁´ 도심 속 왕을 기리는 공간

입력 2009.08.07 13:18  수정

도쿄에 위치한 유일한 신궁

경이적 발전 이끈 메이지 왕 기리기 위해 건립

많은 일본인들이 자신은 종교가 없다고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날이 되면 신사(神社)를 찾아가곤 한다.

신사는 일본 고유의 종교인 신도(神道)에서 신령을 모시는 곳으로,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메이지 신궁

일본의 신사는 원래 ´모리´라고 불렀다. 이는 ´숲´을 뜻하는 말로, 실제 일본에 있는 대부분의 신사들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신사중에는 ´신궁(神宮)´이라 불리는 곳도 있는데 이는 주로 일본 왕실과 관련된 신사로서 역대 왕들을 신으로 모신 곳이다.

일본에는 현재 8만 개가 넘는 신사가 있지만 그 가운데 신궁은 22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22개의 신궁 중에서 도쿄에 세워진 것은 오직 하나, 메이지 신궁뿐이다.

주류회사에서 술이 잘 익기를 기원하며 바친 술통.

메이지 왕(1867-1912)은 일본의 근대화를 가져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중앙집권체제를 형성하고 민족적·국가적 통일을 이루었음은 물론, 서구의 제도와 기술, 문화 등을 받아들이며 근대화에 불을 지폈다. 또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발판으로 일본을 자본주의 국가로 도약시켰다.

외형적으로만 볼 때 메이지 왕이 통치했던 45년은 일본 역사상 가장 급격하게 발전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 발전은 한국ㆍ중국ㆍ대만 등 주변 국가들에 대한 억압과 수탈을 통해 이루어졌다.

왕이 사망한 뒤, 일본 사람들은 왕과 왕비를 기리기 위해 1915년 신궁 건설에 착수했다. 무려 100만 명의 인원을 동원한 메이지 신궁은 착공 5년만인 1920년에 완공됐다.

1,700년 된 삼나무로 만든 도리이(좌) / 데미즈야(우).

신궁 초입에는 거대한 나무 기둥인 ´도리이(鳥居)´가 있다. 보통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도리이는 두 개의 원통형 기둥위에 두 개의 직사각형 들보가 얹혀 있는 형태로, 신성한 공간과 세속의 공간을 구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본전으로 들어가는 입구 옆에는 약수터처럼 보이는 장소가 있는데 이곳을 ´데미즈야(手水舍)´라고 부른다. 신사로 들어가기 전에 손과 입을 씻는 곳으로, 씻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대나무 국자로 물을 퍼서 왼손을 씻은 다음 오른손을 씻는다. 그 뒤 왼손을 오므려 물을 받은 다음 손에 있는 물로 입안을 헹군다. 국자를 직접 입을 대거나 그 물을 마시는 것은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신사에 들어가기 전에 이루어지는 이러한 정화 의식을 ‘하라이’라고 하는데, 이는 신도의 모든 정화 의식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소원이 적혀 있는 ‘에마’

데미즈야 앞에 있는 조그만 도리이를 통과하면 부적의 일종인 ‘오마모리’를 파는 매점이 나온다. 일본 전통 문양이 수놓아져 있는 오마모리에는 합격·출산·안전 등 다양한 소원들이 적혀 있는데, 이것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신궁의 본전 앞에는 소원을 적은 작은 나무판들도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에마(&32117馬)’라고 부르는 이 나무판은 원래 기원이나 보은을 위해 신사에 바쳤던 큰 액자로, 보통 말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는 신마(神馬)를 봉납한다는 의미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말 이외의 다른 동물들도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도 시대에 이르러서는 서민들이 작은 에마를 봉납하며 소원을 빌었고, 이 관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메이지 신궁

규모면에서 도쿄 최대의 신사로 손꼽히는 이곳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신사 중 하나다. 특히 일본에서는 한 해의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신사를 참배하는 것이 관례인 탓에 정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메이지 신궁에 몰려온다. 또한 신궁 창건일인 11월 1일에는 일본 전역에서 몰려드는 참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신궁은 참배공간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결혼식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주말에 메이지 신궁을 거닐다보면 전통 복식을 차려입고 엄숙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신궁에서 치러지는 신도식 결혼식 풍경으로, 매년 천 쌍이 넘는 커플이 이곳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메이지 신궁의 결혼식 풍경

신궁을 둘러보고 울창한 숲길로 다시 발걸음을 돌릴 즈음, 맞은편에서 느긋하게 걸어오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얼굴에서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12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는 신궁의 숲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휴식 공간이 될 수 있음을, 그래서 잠시나마 맑은 공기를 마시며 머리를 식히고 싶은 도시인들에게 멋진 산책로가 되어 줄 수 있음을 말이다. [데일리안 = 주유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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