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규리·홍석우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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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2살 준우(고예준 분)가 우울증으로 무기력해진 엄마(손소라 분)와 살아가는 일상을 따라간다. 엄마는 낮에는 방에 누워만 지내고 저녁이면 아빠와 다투기를 반복한다.
어느 날 준우는 엄마가 일하는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명하(하정민 분)와 그의 아들 탁(유연석 분), 딸 현이(신수아 분)를 만나게 된다. 식당에 단체 손님이 몰리자 명하는 아이들에게 준우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음식을 먹고 있으라며 돈을 건넨다.
비록 넉넉하지 않은 집이지만 서로를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가족의 모습은 준우에게 낯설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음료를 쏟아도 화를 내는 사람은 없고, 웃음만이 있다.
이후 준우는 자연스럽게 탁이네 집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집에서는 여전히 엄마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학교에서 부모가 직접 작성해야 하는 방학 숙제를 내밀며 도와달라고 하지만, 엄마는 짜증을 낼 뿐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준우를 바라보지도 않는다.
결국 준우는 숙제를 들고 탁이네 집을 찾고, 부모가 작성하는 숙제를 왜 네가 가지고 왔냐는 탁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말다툼을 벌인다.
이후 퇴근한 명하는 아이들에게 부침개를 부쳐주며 준우에게도 함께 먹자고 권한다. 엄마가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해주시냐는 명하의 질문에 준우는 "엄마는 집에서 계속 잔다"고 털어놓고, 이를 들은 명하는 안쓰러운 마음에 부침개를 싸준다.
하지만 준우가 가져온 부침개에도 엄마는 손을 대지 않는다. 다시 아빠와 크게 다툰 엄마는 "힘들다"는 말을 남긴 채 집을 나가고, 엄마를 찾아 헤매던 준우는 혹시 명하의 집에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곳을 찾는다. 명하는 추운 곳에서 엄마를 찾다 지친 준우를 하룻밤 자신의 집에서 재워준다.
그날 밤 명하 가족은 잠들기 전 자신들만의 특별한 인사를 나눈다. 원래 아침에 하는 인사지만, 준우가 왔으니 탁이 밤에 할 것을 제안한다. 서로의 등에 손을 올리고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마음속으로 건네는 것이다.
명하는 현이에게, 현이는 탁에게, 탁은 준우에게 차례로 손을 얹는다. 무엇을 줬는지 비밀이고 옆자리 사람에게 주는 것임에도 현이는 준우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말한다.
따뜻한 온기가 차례로 이어지는 이 순간은 준우에게 처음 경험하는 가족의 사랑으로 남는다.
다음 날 집으로 돌아온 준우는 텅 빈 집을 정리하며 엄마를 기다린다. 뒤늦게 돌아온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방으로 들어가 눕는다. 준우는 말없이 엄마 곁으로 다가가 등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손을 올린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전하고 싶은 것을 엄마에게 건넨다. 영화는 준우가 엄마에게 어떤 마음을 전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채, 그 조용한 손길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을 앓는 부모를 둔 아이의 결핍과 성장,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받은 온기가 어떻게 한 인간을 구원하고 다시 가족에게 흘러가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준우의 집과 탁이네 집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준우가 느끼는 외로움과 갈망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낮에도 방에 누워 시선을 맞추지 않는 엄마와 부모의 역할을 요구하는 방학 숙제를 거부하는 모습은 부모로서의 기능이 상실된 가정의 단절을 뜻한다. 반면,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탁이네 집은 조건 없는 환대와 사랑을 상징한다.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클라이맥스인 명하 가족의 밤 인사 장면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인 가족의 사랑과 위로를 시각화 한다. 서로의 등에 손을 얹고 마음을 전하는 이 행위는 피가 섞이지 않은 타인이라도 진심 어린 사랑을 준다면 한 아이에게 평생 기억될 가족의 사랑으로 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 현이가 규칙을 깨고 준우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말하는 대목은, 준우가 처한 절망적인 현실을 버텨내고 다시 엄마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감정적 징검다리가 된다.
결말에서 준우가 돌아온 엄마의 등에 조심스레 손을 올리는 장면은 그동안 준우는 엄마의 온기를 갈구하는 존재였으나 탁이네 집에서 사랑을 충전받은 후 이제는 엄마에게 온기를 주는 존재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준우가 전한 마음이 무엇인지 명시하지 않은 열린 결말은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것은 현이에게 받은 용기일 수도 있고, 엄마를 향한 용서나 위로일 수도 있다.
엄마는 여전히 무기력하게 누워 있지만, 준우의 조용한 손길은 이 위태로운 가정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지핀다. 러닝타임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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