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미사일 위협에 커지는 방공망 보강 수요
한화에어로·현대로템 등 중동 수출 확대 기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과 이란의 협상과 충돌이 반복되면서 중동 정세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종전 이후에도 드론·미사일 위협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방산 업계에는 새 수출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전망이 나온다.
29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최근 합의와 분쟁을 반복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17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확전 우려를 낮추는 듯 했지만 이후 해상과 군사시설을 둘러싼 공격이 이어지며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이란은 MOU 이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자국의 통제권을 인정했다고 해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자국이 정한 경로가 아닌 지역을 지나는 선박을 드론으로 공격했고, 미국은 이란 미사일·무인기 저장소 등 군사시설을 공습하며 대응했다.
이후 양측은 다시 교전 중단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28일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모든 공격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도 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동 정세가 단기간에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종전 논의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선박 공격과 군사시설 공습이 반복된 만큼 드론·미사일 위협과 해상 교통로 불안은 당분간 남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방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불안정이 중동 국가들의 방공망 보강과 노후 전력 교체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끝나면 방산 수요가 줄어든다는 일반적인 시각과 달리, 중동에서는 전쟁 과정에서 드러난 드론·미사일 위협이 오히려 재무장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 품목은 미사일 방어체계다. 중동 국가들은 이란발 탄도미사일과 드론 위협을 직접 체감하면서 방공망 보강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Ⅱ와 같은 요격체계의 추가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궁-Ⅱ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중동에서 이미 수출 사례를 확보한 대표 품목이다.
천궁-Ⅱ는 여러 국내 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다. LIG넥스원이 체계와 유도탄을, 한화시스템이 다기능레이더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와 차량을 공급한다. 추가 수출이 성사될 경우 유도무기, 레이더, 발사대 업체 전반으로 수혜가 확산될 수 있다.
아직 천궁-Ⅱ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들의 신규 발주 가능성도 거론된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가 이미 천궁-Ⅱ를 도입했거나 계약한 가운데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도 미사일 방어망 보강 필요성이 커진 국가로 꼽힌다. 기존 도입국의 추가 구매와 미도입국의 신규 발주가 동시에 열릴 수 있다는 점이 중동 시장의 특징이다.
지상무기 분야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수출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와 지상전력 현대화 사업 참여를 논의해 왔고, 이집트에는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장갑차, K11 사격지휘장갑차를 포함한 패키지 수출을 성사시켰다.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앞세워 중동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라크는 현재 최대 250대 규모의 K2 전차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가 일정 수준 안정되면 그동안 지연됐던 협상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고온·사막 환경을 고려한 중동형 K2 모델을 제시하며 수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강태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쟁 종전이 한국 방산에 오히려 긍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전쟁 종료 후 본격화될 중동향 수출 파이프라인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이 곧바로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한 방산 기업 관계자는 “중동 지역에서 안보 불안이 커진다고 해서 곧바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대형 무기 도입은 예산과 현지 생산 조건, 기존 미국·유럽 업체와의 관계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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