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첫 바이오 투자처로 '리가켐바이오' 낙점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06.26 10:03  수정 2026.06.26 10:04

산은·오리온 절반씩 분담···ADC·후기 임상 투입

유동성 4500억 보유에도 '선제적 장기자본' 확보

리가켐바이오 로고 ⓒ리가켐바이오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성장펀드가 첫 바이오 직접투자 대상으로 리가켐바이오를 택했다. 신약 개발에 5000억원을 대는 대형 베팅이다.


리가켐바이오는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다고 26일 공시했다. 자금 조달 방법은 크게 전환사채(CB) 1700억원과 전환우선주(CPS) 3300억원으로 나뉜다. 모두 특정 인수인에게만 신주를 주는 제3자 배정 방식이다. 만기는 10년이다.


투자 자금은 정부 기금과 민간이 절반씩 분담한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운용하는 한국산업은행이 정부 몫 2500억원을 댄다. 나머지 절반은 리가켐바이오의 최대주주인 오리온그룹 투자 계열사 팬오리온(PAN ORION)이 1250억원을 투입한다. 여기에 제3의 금융투자자가 1250억원을 나눠 맡는다. 정부 기금을 마중물로 민간 자금을 함께 끌어오는 구조다.


자금은 연구개발(R&D)과 새 먹거리 확보에 투입한다. 우선 핵심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후기 임상까지 직접 끌고 갈 역량을 보강한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텍은 임상 자금을 대기 어려워 일정 단계에서 기술이전(L/O)에 기대왔다. 리가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자금으로 핵심 물질만큼은 끝까지 직접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DC) 플랫폼 등 신규 기술도 확보한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미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도 추가 조달에 나섰다. 올해 3월 말 기준 유동성은 약 4500억원이다. 그런데도 5000억원을 더 확보한 것이다. 신약 후보물질이 전임상과 임상을 거쳐 상용화에 이르려면 막대한 자금이 든다. 여력이 있을 때 선제적으로 장기 자본을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규 자금 유입에 따라 기존 주주가 손해 볼 가능성도 최소화했다. 우선 발행 조건을 시세보다 유리하게 깎아주지 않았다. 통상 대규모 증권을 발행할 때는 보통주 전환가격을 시세보다 낮게 매긴다. 이번에는 그런 할인이 없었다. 새로 발행된 물량은 1년 동안 팔 수 없다는 조건도 붙였다. 한꺼번에 주식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주가를 끌어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 자금인 만큼 의결권 행사도 하지 않는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올해 900억원, 내년 1800억원, 2028년 이후 2300억원을 쓸 계획"이라며 "기술이전(L/O)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병행하면서도 가치가 큰 핵심 신약 후보물질에 한해서는 자체 후기 임상을 집행한다는 선택지를 추가로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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