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얼굴의 영웅들 기억한다’ 태백서 제1회 광부의 날 개최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6.24 15:16  수정 2026.06.24 15:16

제1회 광부의 날. ⓒ 태백시

대한민국의 한강의 기적을 지탱했던 위대한 영웅들이 마침내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경의를 받는다.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오랜 시간 산업 쇠퇴와 급격한 인구 감소라는 폐광지역의 아픔을 묵묵히 견뎌온 강원도 태백에서, 탄광 발전의 밑거름이자 산업전사였던 광부들의 삶과 헌신을 기리는 첫 번째 ‘광부의 날’ 행사가 막을 올린다.


태백시는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태백종합경기장 등 시 전역에서 ‘제1회 광부의 날’ 공식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개정된 ‘석탄산업 전환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 매년 6월 29일이 국가 법정기념일인 ‘광부의 날’로 지정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역사적인 첫 행사다. 6월 29일은 대한민국 최초의 광업법이 제정·공포되었던 1951년 6월 29일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았다.


그동안 석탄 산업은 대한민국의 근대 대동맥이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끈 핵심 기간산업이었다. 광부들은 지하 수백 미터의 칠흑 같은 막장에서 탄가루를 마시고 일상적인 안전사고 위험을 온몸으로 감내하며 국가 발전의 불씨를 지폈다. 그러나 이들의 숭고한 공헌과 희생에 비해, 정작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들을 예우하고 기리는 법정기념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정부 역시 이번 법정기념일 제정 배경에 대해 국가 경제의 기틀을 닦은 광부들의 공로를 뒤늦게나마 국가가 공식 인정하고 그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7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국가가 그들의 부름에 정식으로 답한 셈이다.


역사적인 첫 행사는 태백에 위치한 '순직산업전사 위령탑'에서 거행되는 엄숙한 위령제로 문을 연다. 이곳에는 과거 대한민국 성장의 그늘에서 스러져간 태백, 정선, 삼척, 영월, 강릉 등 강원 지역 순직 광산 근로자 4114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어 깊은 먹먹함을 더한다.


이어 태백종합경기장 일대에서는 과거의 영광과 애환을 재현하는 거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당시 검은 탄가루를 뒤집어썼던 광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참가자들을 주축으로 대규모 '기념 행진'이 진행되며, 태백벌을 감동으로 물들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이들의 거친 손을 위로할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신명 나는 공연 등 광부와 시민, 유가족이 하나 되는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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