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투하츠, 에스파의 레몬 이미지 지우고 독자적 '레몬 탱' 각인시켜야
아이돌 전성시대,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를 찾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여름, 청량, Y2K 같은 소재는 이미 수없이 반복돼 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소재 자체의 새로움이 아니다. 익숙한 오브제를 각 팀의 서사와 연차에 맞게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다. 최근 한 달 간격으로 같은 '레몬'을 꺼내 든 에스파(aespa)와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의 컴백은 그 해석의 차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하츠투하츠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하츠투하츠는 지난 22일 미니 2집 '레몬 탱'(Lemon Tang)을 발매했다. 불과 한 달 전 소속사 선배 그룹 에스파가 '레모네이드'(LEMONADE)로 활동했던 점을 고려하면, 대중과 평단이 콘셉트 유사성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한 기획사에서 동시기 같은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자칫 자사 라인업끼리 부딪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 하츠투하츠는 이러한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리더 지우는 같은 날 진행한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카리나 선배님과 챌린지를 하며 같은 소재로 컴백해 신기하다는 대화를 나눴다"며 "'레모네이드'가 멋있고 짜릿한 신맛이라면 '레몬 탱'은 함께할 때 빛나는 상큼 달콤함이 차이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본 두 팀의 레몬은 맛도, 그 안에 담긴 서사도 완전히 달랐다.
에스파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에스파의 '레모네이드'는 강렬한 신스 베이스 중심의 일렉트로닉 댄스곡이다. 여기서 레몬은 에스파 세계관 속 시련을 은유한다. 인생이 던지는 시고 떫은 레몬을 달콤한 레모네이드로 바꿔버리겠다는 자기 확신이다. 에스파 특유의 '쇠맛'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팬들이 이름붙인 것처럼 '쇠콤달콤'한 키치함을 더하는 외연의 확장으로 레몬을 이용했다. 이미 정점에 선 그룹이기에 가능한 여유로운 변주다.
반면 이제 막 세계관을 쌓아가야 하는 신인 하츠투하츠의 '레몬 탱'은 레몬을 그룹의 관계성과 정체성으로 표현했다. SM의 히트 메이커 켄지(KENZIE)가 참여한 이 곡은 혼자일 때는 시고 날카롭지만 함께 모여 요리할 때 비로소 맛이 사는 레몬의 속성을 신인 걸그룹의 관계성에 빗대었다. 에스파에게 레몬이 단단한 정체성 위 변주를 위한 도구였다면, 하츠투하츠에게는 팀의 청량한 컬러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본질인 셈이다.
'레몬 탱' 앨범 커버 ⓒSM엔터테인먼트
이처럼 케이팝(K-POP) 시장에서 대중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는 제한적이다. 여름이면 청량과 과일이 쏟아지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소속사는 한 달 간격의 레몬 컴백을 통해 오히려 세대별 걸그룹의 이미지를 명확히 분리하는 묘수를 뒀다. 한쪽은 날카로운 '쇠맛'에 상큼한 팝 컬러를 덧칠했고 다른 한쪽은 신인 특유의 풋풋한 팀 색을 극대화했다.
콘셉트 과포화 시대의 차별화는 무엇을 보여주는지보다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서 갈린다. 이제 '탱탱'한 레몬은 하츠투하츠에게 넘어왔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배 그룹과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에스파라는 탑티어의 그늘을 지워내고 무대 위에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레몬 맛을 리스너들의 혀끝에 남기는 것. 뻔한 소재도 누가 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된다는 메시지를 증명하는 것이 이번 활동의 진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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