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대행업체 잇단 이상징후…해외직구 시장에 무슨 일이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6.09 14:43  수정 2026.06.09 14:43

투패스츠, 수개월째 미출고에 소비자 불안 확산

"심각한 자금 문제…출고 순차 진행할 것" 입장 밝혀

초고환율·물류비 상승 따른 직구 시장 위축 영향


인천 중구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블랙프라이데이 등 해외직구 성수기를 맞아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드는 초고환율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해외직구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때 급성장했던 직구 시장이 성장세 둔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배송대행업체들의 운영 차질 사례까지 잇따르며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재 배송대행업체 투패스츠는 지난 3월부터 배송 지연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패스츠는 2013년부터 운영된 미국 배송대행업체로, 물품 검수 과정을 최소화한 이른바 '깡통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직구족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출고 지연과 고객센터 응답 지연 문제가 이어지며 이용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이용자들은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피해 사례와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 해당 채팅방에는 약 700명이 참여 중이다.


피해자 39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 배송비를 결제한 뒤에도 수주에서 길게는 수개월째 물품을 받지 못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특히 미출고 사례는 올해 4월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금액은 20만원 이상이 112명(28.4%)으로 가장 많았으며, 10만원 이상이 78명(19.8%), 30만원 이상이 61명(15.5%)으로 뒤를 이었다. 100만원 이상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이용자도 48명(12.2%)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피해 규모가 1000만원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30대 중반 여성 권모 씨는 지난달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의류 3벌을 구매한 뒤 투패스츠를 통해 배송을 신청했다. 물품 가격은 총 181.61달러(현재 환율 기준 한화 약 27만5647원)였으며 배송대행비로 14.70(한화 약 2만2311원)달러를 추가 결제했다.


하지만 배송비를 결제한 지 3주가 넘도록 물품은 출고되지 않고 있다.


권씨는 "현재 홈페이지에는 '출고 완료'가 아닌 '입고 완료'라는 메시지만 뜨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투패스츠는 지난 8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배송 지연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투패스츠 측은 "최근 운영상 어려움과 심각한 자금 문제로 인해 다수 고객 주문이 정상적으로 출고되지 못했다"며 "그 과정에서 고객 문의에 대한 충분한 안내와 대응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관 중인 미출고 물량에 대한 출고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출고는 접수 및 입고 순서를 기준으로 진행하고, 완료된 주문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운송장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간 누적된 물량으로 인해 모든 주문을 동시에 출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객 지원 업무 정상화에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투패스츠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투패스츠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업체 측은 정상화 시점이나 미출고 물량 규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출고 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운영 미숙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회사 측이 직접 자금난을 언급한 배경을 두고 초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경영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피해 신고가 급증한 시점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기록하고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른 시기와 겹친다.


여기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60원선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배송대행업체들의 경영 부담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 환율이 1000원 안팎이던 시절 해외직구는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주문량이 감소했고, 이는 배송대행업체들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직구 수요 수축 흐름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구매액은 1조97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2분기 5.6%, 3분기 9.2%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정체 수준이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1분기 온라인쇼핑 해외직구 규모가 13억5000만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13.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직구 수요 둔화는 관련 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미국 아마존과 협업해 운영해 온 미국 직구 서비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는 30일 종료하고 양사 간 파트너십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해외직구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직구 수요가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에는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상품 가격과 물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직구의 매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중소 배송대행업체들의 경우 이러한 시장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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