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1차원 나선형 물질 위상 전하 펌핑 작동 원리 이론 규명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6.04 08:00  수정 2026.06.04 08:00

펌핑 과정서 궤도각운동량·스핀 분극 발생 발견

(왼쪽부터)박노정 교수와 에스마일 타기자데 시사크트 박사.ⓒUNIST

국내 연구진이 스크류처럼 꼬인 나선형 나노선이 전자를 정해진 양만큼 한 방향으로 옮기는 양자 펌프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밝혀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물리학과 박노정 교수팀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빙하이 얀(Binghai Yan) 교수 연구팀과 함께 아르키메데스 펌프처럼 생긴 1차원 나선형 물질이 위상 전하 펌프처럼 작동할 수 있으며 이 전하 이동 과정에서 궤도각운동량과 스핀 분극이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아르키메데스 펌프는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장치로, 통 안에 스크류가 들어 있다.


이 스크류를 천천히 돌리면 아래쪽 물이 나선 사이에 갇혀 위쪽으로 조금씩 올라가기 때문에 회전 운동만으로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고전적인 펌프이다.


연구팀은 스크류처럼 생긴 1차원 나선형 물질이 양자역학 세계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전하를 한 방향으로 옮기고, 한 번의 회전 주기마다 이동하는 전하량이 정해진 값으로 고정되는 위상 전하 펌프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상 전하 펌프는 외부 조건을 한 주기씩 천천히 바꿀 때 전하가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양자 현상이다.


위상물질 연구로 지난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사울리스의 이름을 따 ‘사울리스 양자 펌프’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인 전류처럼 도체물질에 전압을 걸어 전자를 흘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부도체 상태에 전자의 양자 상태를 한 바퀴 순환시키면서 전하를 옮기는 것이다.


기존에도 양자역학적 위상 펌프는 알려져 있었으나 두 가지 조절 인자를 정교하게 조절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아르키메데스 형 나선형 물질에서는 전기장의 방향을 한 바퀴 돌리는 하나의 조건만으로도 전하 펌핑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나선형 탄화수소 모델과 삼방정계 셀레늄 나노선을 대상으로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전자 상태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또 전하 펌핑은 궤도각운동량과 스핀 분극 현상으로도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가 나선형 구조를 따라 펌핑되는 동안 궤도각운동량이 함께 생겼고, 셀레늄 나노선에서는 이 중 일부가 스핀-궤도 결합을 통해 스핀 분극으로 바뀌었다. 전자의 ‘공전 방향’에 해당하는 궤도 성질이 먼저 정렬되고, 이 효과가 전자의 ‘자전 방향’인 스핀 성질로 일부 이어진 것이다.


박노정 교수는 “연구는 손대칭성 나노선에서 위상학적 전하 펌핑, 궤도 각운동량, 스핀 분극화가 하나의 통합된 메커니즘으로 연결됨을 처음으로 보인 것”이라며 “향후 나노 소자에서 전자, 궤도, 스핀 특성을 위상학적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방법론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레터스’(Nano Letters)에 지난 13일 자로 출판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및 산업통상자원부 KIAT 인력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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