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 지급기한 단축…편의점업계 “중소 브랜드 입점 위축 우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6.02 07:00  수정 2026.06.02 07:00

공정위, 직매입 대금 지급기한 60일→30일 추진

편의점업계 “직매입 구조상 유동성 부담 우려”

“회전 빠른 대형 브랜드 중심 재편 가능성 높아”

경기 수원시 한 편의점에서 시민들이 간편식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뉴시스

“중소기업 보호와 중소기업 입점 축소.”


납품대금 지급기한 단축을 둘러싸고 상반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납품업체의 자금 유동성과 거래 안정성 강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편의점업계는 판매 회전율이 높은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중소 브랜드의 입점 기회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직매입 거래의 대금 지급기한을 현행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분야 대금 지급기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도 관련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며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와 홈플러스 회생절차 등을 계기로 납품업체 보호와 거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대금 정산 안정성을 높이고 납품업체의 자금 유동성을 보완해 보다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대금 회수 기간이 단축돼 현금 흐름이 정상화되고 자금 운용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산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 중소 납품업체의 경영 안정성과 거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통업계에서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급기한 단축이 납품업체의 자금 유동성을 개선하는 효과는 있지만, 업태별 거래 구조에 따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편의점업계는 직매입 중심의 사업 구조를 이유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편의점은 본사가 상품을 먼저 매입·공급한 뒤 판매대금을 회수하는 구조인 만큼, 납품대금 지급기한이 단축될 경우 자금 운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음료와 가공식품 등은 실제 판매와 대금 회수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판매대금을 회수하기도 전에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업계는 이를 이번 제도 개선안의 핵심 부담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유통사는 상품을 매입한 뒤 판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라며 “지급기한이 짧아질 경우 회사의 자금 운용과 현금 흐름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소시지와 맛살류 제품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업계에서는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마련된 규제를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티메프 사태는 유통업계 전반의 문제라기보다, 플랫폼 사업자의 유동성 악화와 정산대금 관리 부실이 맞물리며 발생한 개별 기업 리스크에 가깝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편의점은 본사가 상품을 직접 매입해 전국 점포에 공급한 뒤 판매대금을 회수하는 직매입 중심 구조로 운영된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정산대금을 관리하는 플랫폼 사업자와는 거래 방식과 자금 흐름 자체가 다른 만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정산 사고를 계기로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업종별 거래 방식과 정산 구조는 모두 다르다”며 “특정 사례를 기준으로 산업 전반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의점업계는 그동안 납품대금 미지급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거의 없고 명절 전 납품대금 조기 지급 문화도 선도해 왔다”고 부연했다.


또 하나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중소 브랜드 제품의 입점 기회 축소 가능성이다.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 제품은 판매 회전율이 빠르고 수요 예측도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중소기업 제품이나 신생 브랜드 상품은 소비자에게 알려지고 판매가 안정화되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브랜드는 시장에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급기한이 단축되면 유통사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회전율이 높은 상품 위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소비자 선택권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상품 구성의 다양성이 줄어들 경우 소비자들은 익숙한 대형 브랜드 중심의 제품만 접하게 되고, 새로운 상품이나 중소기업 제품을 선택할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중소 납품업체에 대해서는 지급기한을 단축하되 중견·대기업 제조사는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등 거래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납품업체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종별 거래 구조와 기업 규모 등을 고려한 세부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납품업체에는 지급기한 단축을 적용하되, 중견·대기업 제조사에는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등 차등 적용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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