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올해 교섭테이블 핵심 '정년연장'
매년 반복된 요구…올해는 정치권 논의와 맞물려
연금 수급 공백·제조업 세대교체가 핵심 쟁점
현대자동차 노사가 울산공장에서 상견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권의 법정 정년연장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임협) 테이블에서 ‘정년 65세’ 문제를 또 다시 마주하게 됐다. 노후소득 공백을 줄이자는 사회적 요구와 전동화·자동화 전환을 서두르는 제조업 현장의 인력 재편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올해 현대차 임협은 국내 정년연장 논의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열고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갔다. 노조 요구안에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 인상과 함께 정년 연장, 신규 인력 충원, 완전월급제 도입 등이 담겼다. 특히 정년 연장은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해 최장 65세까지 늘리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정년연장은 현대차 임단협에서 새삼스러운 의제는 아니다. 노조는 최근 수년간 정년연장을 핵심 요구안으로 올려왔다. 지난해에도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시기에 맞춰 최장 64세까지 늘리는 안을 요구했고, 2024년 교섭에서도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계한 정년연장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올해 정년연장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협상장 밖의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간 정년연장이 개별 사업장 노조의 장기 과제에 가까웠다면, 올해는 정치권의 법정 정년연장 논의와 맞물려 전국 단위의 노동·산업 의제로 확장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최근 법정 정년연장 논의를 재개하고 상반기 법안 발의 계획을 밝힌 상태다.
현행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 노령연금 지급 개시 연령은 출생연도별로 단계적으로 늦춰져 1969년 이후 출생자부터는 65세가 된다. 법정 정년과 연금 수급 시점 사이에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 간극은 현대차 노조가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핵심 명분이기도 하다. 단순히 '더 오래 일하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60세 퇴직 이후 연금 수급 전까지 생기는 소득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는 문제로 이어지는 셈이다. 정치권이 65세 정년연장을 다시 꺼내든 것도 같은 배경이다.
현대차 협상장에서 정년연장은 또 다른 문제와 충돌하기도 한다. 최근 전기차 전환이 가팔라지고 자동화 확대, AI·로봇 도입까지 예고되면서 노조의 고용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노조가 올해 요구안에 AI 도입에 따른 고용 안정과 노동조건 보장, 신규 인력 충원을 담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년을 늘리되 청년 채용도 늘리고, 자동화에 따른 고용 불안도 막아야 한다는 요구를 한 번에 담아낸 셈이다.
사측으로서는 부담이 더 커졌다. 정년연장은 숙련 인력을 더 오래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임금 생산직 인력 구조가 장기간 유지될 경우 인건비 부담으로 직결된다. 여기에 노조가 올해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까지 요구하면서, 올해 협상은 단순한 고용 연장 문제가 아니라 현대차의 비용 구조 전반을 둘러싼 줄다리기로 번지는 모습이다.
실제 현대차의 수익성 환경은 예년보다 녹록지 않다. 현대차는 미국 자동차 관세 영향으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8% 줄었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심화되면서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봇·AI 등 미래 사업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사가 어떤 절충점을 찾느냐에 따라 ‘정년연장’이 노동계의 반복 요구를 넘어 한국 제조업의 고용 모델을 가르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임금 수준, 노조 영향력, 제조업 상징성 면에서 정년연장 논의가 가장 먼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사업장”이라며 “올해 교섭 결과는 다른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계속고용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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